(17) 쓰잘데기 없는 작물
하우스 안에서는 열매를 달았는데 노지로 나간 후에는 열매를 달았더라도 채 익지를 못해 결국 관상용에
그친 무화과 나무이다.
추운 겨울을 견디지 못하고 나무가 얼어 죽기 때문에 뿌리에서 부터 가지가 새로 나오자니 늦게 열매를 달게
되었던 데 원인이 있었다.
하우스 안에서라도 키울까 생각하다가 아직은 꽃밭에서 연명하는 신세로 남아 있다.
감나무 역시 매년 이런 저런 품종을 심어 보지만 아직은 추운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죽는다.
뿌리에서 잔 가지가 매년 올라와 성가시기만 하여 아예 뿌리째 뽑아 버렸다.
처음 전원생활을 하면 온갖 관상용 작물이 신기하다.
뱀을 닮은 사두 오이나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는 관상용 월남 고추, 각양 각색의 방울토마토 종자를
얻기 위해 카페 나눔에 뒤질세라 달라 들었다.
그러나 관광 농원이라면 모를까 일반 농가에서는 한 두해가 지나자 점차 관심이 시들해졌다.
누가 그렇게 봐준다고 정성을 드려 키웠지만 막상 수확할 때에는 그 종말이 허망한 때문이다.
모양도 좋지만 첫째는 맛이 좋아야 다시 키울 생각이 든다.
먹는 것도 아닌 것들은 더욱 그렇다.
그저 퇴비장으로 직행이다.
카페에서 나눔을 하는 어느 회원이 쓰잘데기 없는 씨앗이라고 제목을 단 것을 본적이 있다.
어떤 고참 농삿군도 비슷한 의미로 관상용이나 잡초성 약초를 그렇게 대했다.
한마디로 시간을 투입하기 아까운 대상이라는 생각이 드는 때문이다.
나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단순한 관상용 작물은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카페에서 나눔한 화초고추도 바듯이 명맥을 잇고 있다가 어느 틈에 슬그머니 사라졌다.
심지어 농약사에서 선물한 당조고추나 하늘고추 같은 기능성 고추도 한 해 심고는 단념했다.
이제는 내가 필요한 실용적인 농작물이 아니면 괜한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앞선다.
자연히 약리작용이 있어 우리가 직접 이용하는 수세미, 여주 등이 재배 대상으로 남았다.
조롱박은 그나마 바가지라도 만들어 쓰는 용도가 있으니 명맥이라도 유지한다.
따라서 조경이나 관상용으로 꼭 필요한 경우 외에는 아무리 보기 좋아도
선뜻 재배하려고 나서지 않게 된 것이다.
물론 관광농원에서는 오히려 그런 종류의 작물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래서 무엇이든 필요한 곳에 있어야 빛이 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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