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광포화점을 알고 나니
작년에는 오이 농사가 아주 성공적이었다.
수량도 풍부했고 모양도 거의가 쮸쮸 빵빵이었다.
덕분에 자식들 뿐 아니라 우리집을 방문하는 지인들에게 넉넉한 선물이 되었다.
그런데 오이망을 같이 쓴 토마토는 그리 신통치가 않았다.
수량도 빈약하고 익은 것들도 당도가 별로였다.
앞 밭에 심은 참외는 엄청 당도가 높아 먹어본 사람들마다 이구동성으로 경탄을 했다.
그런데 왜 토마토는 그럴까?
늘 궁금했는데 농업대학 강의를 받다보니 의문이 풀렸다.
바로 작물마다 광포화점이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었다.
나는 작부체계를 세울 때 응달에도 잘 자라는 작물 정도만 염두에 두었었다.
즉 생강은 응달지고 다소 습한 곳이 적지이고
오이 역시 다소 그늘이 져도 무방하며 토란은 아무데서나 잘 자란다는 지식 정도이다.
그런데 광포화점이 작물마다 다른 것을 알게 되니
작부체계를 보다 세밀하게 검토하여 재편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예를 들면 수박은 광포화점이 80klux이고
토마토는 70이므로 아주 양지 바른 곳이 적지이다.
그런데 나는 토마토를 오이(55klux)와 같은 장소에 심었으니
광합성 활동이 부진했던 것이다.
특히 수박의 경우 작년에는 매실 나무 밑에 심었으니 응달진 곳이다.
가장 광포화점이 높은 작물을 그늘을 찾아 심은 꼴이다.
반대로 고추는 광포화점이 30klux로 낮은 편이다.
즉 그리 많은 햋볕이 없어도 되는데 굳이 양지만 찾느라 애썼던 것이다.
여러 작물을 연작피해 없이 재배하려면 돌려 짓기를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광포화점은 매우 중요한 척도인데 그 동안 이를 간과했던 것이다.
알고 보니 배추는 40klux, 상추는 25klux로 광포화점이 낮다.
굳이 양지 바른 곳을 고집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이제 고추와 배추는 오이 보다도 그늘진 곳이라도 상관없고
상추는 오히려 강한 햋볕을 피해야 할까 보다.
토마토는 아주 양지 바른 곳에 심어야 하고
수박도 햇볕이 좋은 곳에 다시 도전해봐야 하겠다.
매년 새로운 시행착오를 하면서도
다음 해를 기약하다 보니 허구헌 날 나는 실험만 하는 농사가 팔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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