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고진감래(苦盡甘來)의 도라지 농사
수확철이 시작되면 찾아오는 지인들의 발걸음도 잦다.
대부분 야콘이나 토란, 도라지, 돔부콩, 풋고추나 고춧잎 등을 얻어 간다.
그 중 가장 인기있는 것이 야콘과 토란, 도라지인데
순위로 치면 도라지가 아마 으뜸인 듯싶다.
도라지 중에는 3년차 되는 녀석도 있고 2년 짜리도 있다.
당년에 파종했던 녀석들은 가급적 다시 묻어주었다.
같은 나이에도 어떤 녀석은 엄청 크다.
지난 해에는 안식구 친구들이 여덟 명이나 한꺼번에 들이닥쳐 하룻 밤을 묵고 가면서
캐논 도라지를 공평하게 나누라고 했더니 서로 분배권을 주장하였다.
알고보니 그 중 제일 큰 녀석에 대한 쟁탈전이 벌어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로또 당첨되듯이 왕도라지의 소유권이 결판났다.
대체로 우리 밭 도라지는 모양이 굵고 인삼처럼 생겼다.
향은 또 어떤가!
부엽토가 많은 땅인데다 화학비료나 제초제를 일체 쓰지 않으니 거의 야생이나 다름없다.
캐자마자 손질을 하고 입에 넣으면 입 안 가득 향기가 물씬 넘친다.
나물로 무치니 쌉쌀한 향과 함께 연한 육질이 아삭거린다.
아주 쥑인다고 난리다.
처형은 기관지가 약해 기침이 잦다.
도라지를 대추와 다려 차로 마시니 기침이 멎었다고 신기하단다.
이래저래 도라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고등학교 동기생 부부와 그 친구의 친구 가족까지 정기적으로 내방을 하는데
작년에는 도라지가 없었는데 금년에는 도라지가 추가되었다고 아주 좋아한다.
점심 상에 오른 도라지 나물이 두 접시나 동이 났다.
친구들에게 딸기 바구니 하나씩 만큼만 캐가라고 했더니 힘드는줄 모르고 열심히 캔다.
더 캐고 싶은 맘이 굴뚝같지만 다른 사람들 몫도 남겨야 하니 더 이상의 욕심을 버렸다고 웃는다.
우리 동네에서는 토란이나 도라지, 야콘을 대대적으로 심지는 않는다.
뿌리식물을 심기에는 밭에 돌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자기 먹을 분량이나 조금 씩 심어 먹는다.
농업기술센타에서 주관하는 년말 장터에서도 도라지는 최고의 인기 품목이다.
우리 밭은 전원생활 내내 돌을 골라내었으니 이제는 뿌리 식물을 재배하는데 지장이 없다.
그래서 매년 도라지 재배 면적을 조금씩 더 늘리고 있다.
문제는 파종 첫해의 잡초 잡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는 점이다.
파종한 그 해 가을에는 솎음과정에서 일부 수확하고 비닐 피복한 다른 밭에 이식을 한다.
2년 차라도 제초작업을 면하려는 의도이다.
넓은 면적에 도라지를 재배하는 농가를 찾아 보았지만 별 뾰족한 대안이 없었다.
그래서 나름으로 생각해본 것이 첫해만 고생을 하자는 것이다.
징그러운 잡초 제거 작업을 생각하면 더 심을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수확하는 때가 되면 언제 그랬냐 싶게 고생했던 기억을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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