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전원 일기

신통한 토란 잎

예농 2007. 8. 29. 21:04

 

 

아침에 빗낱이 조금 떨어지는 듯하더니

날씨만 끄므륵 하다.

안식구는 고추를 따서 황토방에 널어 놓고 불을 지핀다.

날씨가 화창하면 밖에 널 참이다.

요즘 나는 틈만 나면

위 아래 밭을 오가며

풀을 매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오늘 처럼 해가 없으면 일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아침을 먹자 마자 아랫 밭에 가서

고구마 밭과 야콘 밭의 풀을 말끔히 해치웠다.

 

고구마 줄기도 너무 긴 것은 잘라 모아 안식구에게 주었다.

고구마 순을 요리하면 아주 맛있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내친 김에 하우스 옆에 무성하게 자란 키다리 잡초들도

잘라 버리리라 마음 먹었다.

단풍잎 돼지풀이라 했던가?!

키가 내 키보다 크게 자랐다.

우거진 풀 사이로 손을 밀어 넣어 풀을 휘어 잡고는

낫으로 내려치기를 수십번 해야 한다.

 

몇 개를 쓰러뜨리고 나서였다.

돼지풀과 함께 엉킨 다른 잡초를 휘어 잡는 순간

손등에 갑짜기 무엇에 찔린듯한 통증이 왔다.

말벌이었다.

말벌 집을 건드렸던 모양이었다.

 

몇 마리가 달라들 기세다.

쏜살같이 하우스 안으로 후퇴를 했다.

그런데 통증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우선 장갑을 벗고 물린 곳을 보니 벌써 부어 오른다.

상처가 마치 주사 바늘 찌른 것처럼 선명하다.

이를 어찌한다.

 

나는 순간 며칠 전에 어느 블로그에서 본

토란 잎 생각이 번개처럼 뇌리를 스쳤다.

토란 잎이 독사나 독충에 물렸을 때

아주 요긴하다는 것이었다.

 

마침 하우스 옆 밭에 토란을 심지 않았던가?

나는 토란 잎 하나를 �찌어서

환부에 부비고 붙여 보았다.

그랬더니 정말 신기하게도 통증이 사라지고

부기도 가라앉는 것이 아닌가!

거짓말 같았다.

 

나는 의기 양양해서

이 번에는 두꺼운 장갑을 끼고 다시 도전해 보았다.

여전히 말벌들이 나를 공격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팔뚝을 쏘이고 말았다.

 

괜히 만용을 부려 가지고는 사서 고생을 한 셈이다.

역시 또 토란 잎 신세를 졌다.

참 신기하기 짝이 없다.

언제 쏘였는가 싶게 통증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누구는 돈주고 벌침을 맞는다는데

나는 공짜로 벌침을 두방이나 맞고

토란 잎으로 마무리를 했다.

 

내년에는 토란을 많이 심어야 하겠다.

먹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담방약으로도 효능이 있으니

참 고마운 작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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