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5일에 찍은
<장미>라고 명명한 내 첫 배추 작품이다.
8월 4일에 이사한 후
허겁지겁 밭을 만들고 김장 배추를 심었었지!
허구헌날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배추밭으로 달려가
벌레를 잡았던 일이 엊그제 같다.
그중 제일 잘난 녀석을 <장미>라 부르고 애지중지 키우다가
결국 어머님이 다니시던 교회의 목사님께 보내드렸었다.
그리고 나서 1년이 지나
또 김장 배추를 심을 때가 온 것이다.
작년에는 퇴비도 없이
맨 땅에 헤딩하다시피 농사를 지었지만
금년에는 퇴비도 주고 결구 단계에 가면
필요한 웃거름도 할 것이다.
언제나 왕초보에 머물러서야 체면이 말씀이 아니지....!
그래서 배추 묘종도 비싼 것을 택했다.
뿌리가 갈라지는 병을 예방하는 처리를 했다고
한 판에 8천원이란다.
2천원 더 준 보람이 있으리라.
지난 주 23일에 두 판을 사서 심었는데
폭우에 몇 그루가 실종되고 멀칭한 구멍 수도 남아
오늘 아예 한 판을 더 사가지고 왔다.
그런데 안식구는 굳이 그렇게 많이 심지 말자고 한다.
작년에 너무 고생한 기억 때문이다.
그렇게 애써 가꾼 배추를 이 사람 저 사람 퍼주다 보니
허망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색해지는 것을 숨길 수 없다.
받는 사람들이야 우리 고생을 어찌 알랴!
예전에 시골 길을 지나치다 보면
할멈들이 길 가에 좌판을 벌이고 앉아 계시는 것이 안쓰러워
무어라도 사 주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덤이라도 더 달라치면
얼마나 인색하게 나오던지 정나미가 떨어져
다시는 할망구들 한테서 안산다고 투덜대기도 하였다.
물론 똑 같은 상황이 되면 여전히 그냥 지나치지 못했지만
시골 인심이 왜 그리 야박한가 하고 혀를 찼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우리 안식구가 영낙없는
그 시골 할망구가 되어 가고 있다.
나 역시 아무 한테나 내 농사 지은 작물을
헤프게 퍼주고 싶지는 않다.
만약 우리만 먹는 것이라면
그리 많이 배추를 심을 필요도 없는데....!
3백 포기가 넘게 배추를 심는 것은
결국 또 누구를 주기 위한 짓이 아닌가?
그래,
<장미>라는 이름을 붙이고
애지중지하다가 출가시키고 나서
혼자 대견해 하면 되는 것이다.
받는 사람이야 그저 배추일 뿐...,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진짜 무공해 농산물이라는 것에 흡족해하면 된다.
투입된 비용에
나의 정성을 합친
배추 값을 얼마라고 정하면
내가 만족할까?
정말 배추가 맛있고
시간이 지나도 배추가 물르지 않아
씹는 맛이 변하지 않더라고
식후감을 전해주는 사람이
바로 내 배추를 먹을 자격이 있는 것이리라!
"내 주위에 그런 사람들만 골라 배추를 선물해야지",다짐하면서
금년 배추 농사의 첫 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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