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지주 세우기와 줄 매기
다른 농가에서 지주를 세운 모습을 보니 고추묘 3 그루에 하나씩 가운데 줄에 맞춰 지주를 박는다.
지주를 많이 세울 필요가 있을까 싶어 나는 시험삼아 듬성듬성 지주를 세우기로 했다.
처음에는 설마하고 5그루에 하나씩 박았더니 결국 고추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비스듬이 한쪽으로 쏠렸다.
더구나 재식거리를 넓히면 고추묘의 키가 커지고 그 만큼 고추 무게가 더해지기 때문에 지주와 끈을
튼튼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
첫번 째 줄은 가운데 지주와 고추묘들을 =모양보다는 &형태로 교차하도록 매는 것이 좋다.
이어서 고추묘 양쪽에 끈을 다시 묶어주는데 속말로 가락지 끼운다고 한다.
그 이유는 고추묘가 좌우 앞뒤로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가락지를 끼우지 않으면 고추묘가 성장하면서 가분수가 되어 비라도 많이 내리면 그 무게를 주체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일반 농가에서는 추가 노동 투입을 하지 않으려고 가락지 대신 밀식을 택하는 것같다.
경제적 재식거리 35cm보다 훨씬 가까이 밀식하는 농가들이 많다.
즉 첫번째 줄의 역활은 고추묘가 전후 좌우 어느 쪽으로든 쏠리지 않도록 고정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그러므로 지주 역시 두둑 가운데 세우는 간격을 좁혀서 고추 전체의 하중을 충분히 견딜수 있어야 한다.
고추묘 3그루에 하나씩 간격으로 지주를 박는 것도 더 이상의 간격으로 벌여서는 쓰러지기 쉬운 때문이다.
그러나 두번째 줄 이상은 가지가 늘어지는 막는 것이 목적이므로 굳이 그렇게 촘촘히 지주를 세우지 않아도 된다. 나는 6그루에 하나씩 간격으로 양쪽에 지주를 세웠다.
만약 관행농처럼 고추의 키를 작게 키울 요량이면 굳이 양옆에 추가로 지주를 세울 필요는 없다.
관행농처럼 밀식을 하면 키를 낮게 키울 수 있기 때문에 가운데 지주 만으로 충분하다.
이 때는 줄만 세번 정도 치면 된다.
결국 재식거리가 지주와 줄매는 방법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나는 관행농과 근본적으로 다른 농법을 택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재식거리를 50cm 정도로 넓혔다가 키가 너무 커져서 요즘은 40cm로 줄였다.
그래도 제법 키가 크기 때문에 양쪽에 V 자로 지주를 박아 두 번째 줄 부터는 옆으로 늘어지는 가지를
지탱하도록 했다.
가운데 지주 만으로 줄을 치면 고추 가지가 가운데로 몰려 통풍이 잘 안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지들이 가운데로만 몰려 있으면 통풍 뿐 아니라 햇볕을 받는데도 불리하다.
이런 환경은 곧 습기를 쉽게 제거하지 뭇하여 곰팡이균인 탄저병이나 바이러스의 온상이 되기 쉽다.
특히 병충해 방제를 위해 천연 농약을 뿌려 줄 때도 고루 살포되지 않아 역시 방제효과를 낮춘다.
만약 V자로 지주를 세울 때 제일 큰 지주를 선택하게 되면 이를 땅에 박기도 여간 힘이 들지 않는다.
180cm 짜리의 지주에 밭의 두둑 높이도 30cm로 높혀 놓으니 키가 닿지 않는 것이다.
나는 철물점에서 50cm 짜리 길이로 파이프 말뚝을 절단하여 사용하고 있다.
파이프를 박고 지주를 그 안에 넣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훨씬 힘이 덜 든다.
특히 줄을 매는 타이밍도 의미가 있다.
가지가 늘어지면 다시 줄을 매어 가지를 위로 올려주게 되는데 이는 영양생장과 생식생장의 주기를
변화시키는 것을 뜻한다.
즉 가지가 45도 이상으로 늘어지면 고추는 생식생장을 하라는 뜻으로 알아듣고 열매에 영양을
공급하는데 치중한다.
그러다가 가지를 줄 위에 올려 세우면 다시 가지에 영양을 공급하여 키를 키우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여 노지에서도 대체로 4~5회 정도 줄 매기를 하게 되면 당연히 수확량이 증가한다.
영양생장과 생식생장을 쉽게 이해하려면 꽃을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가지를 뻗고 잎이 자란 다음 또 다시 방아다리가 생기면 그 곳에 화방이 열리는데 이때까지가 영양생장이다.
그 다음 꽃이 수정되어 고추 열매가 달리는데 이때부터가 생식생장 시기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가지의 각도와 이 주기에는 재미있는 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영양생장기에는 가지가 하늘을 보며 씩씩하게 자란다.
그러다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는 생식생장기에는 가지가 늘어지게 되고 영양분은 열매에 집중적으로
전달되기 시작한다.
만약 가지가 늘어진 상태에서 그대로 있으면 생식생장으로 끝이 나지만 다시 가지를 일으켜 세워 주면
또 다시 새로운 가지가 나오고 열매를 맺는 영양생장 주기가 반복되는 셈이다.
그러므로 두번 째 이후 줄을 매는 목적은 바로 이런 주기를 이용하여 고추를 많이 달리게 하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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