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은퇴자/전원농가의 뱁새농법

77. 방아다리 고추를 딸까 말까.

예농 2012. 7. 4. 13:48

3) 방아다리 고추를 딸까 말까.

 

 

방아다리는 고추묘 줄기에서 가지가 갈라지는 곳의 명칭이다.

고추는 가지가 갈라지는 바로 그 방아다리에 하나씩 열린다.

그리고 가지는 자라면서 2진법으로 뻗어나가기 때문에 첫번 째 방아다리에서 1개, 두번 째는 2개,

3번 째 화방에 열리는 고추는 4개, 4번 째 화방에는 8개가 열린다.

이론적으로는 고추 한 그루에서 딸 수 있는 양을 한 근이라고 한다.

고추가 몇개 쯤 달려야 한근이 될지는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노지에서는 주당 300~400개, 시설재배에서는 600~1,200개 정도의 꽃이 피지만 한꺼번에 피는 것이 아니라 3~4번의 주기로 단계적으로 피기 때문에 건고추의 경우 총 개화수의 약 20% 정도(시설은 50~60%) 만이 수확이 가능하다고 한다.

따라서 건고추는 보통 개화 후 45일 정도 지나 평균 적산 온도가 섭씨 1,000~1,300 도에 달해야 착색 성숙이 완료되어 수확 적기가 된다.

따라서 9월 찬 바람 나기 전에 착색되는 고추의 양이 많도록 관리하는 것이 또 하나의 다수확 비결이 된다.

늦으면 착색이 더디고 결국 건고추로 수확하기 어려운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어떤 농가에서는 첫 번째 방아다리뿐 아니라 3번 화방 까지도 미리 고추를 따서 조기 생장을

유도하기도 한다.

같은 원리로 홍고추 수확도 가급적이면 일찍 수확하는 것이 유리하다.

첫 수확부터 대개는 일정 분량의 작업량이 될 때를 기다리게 되는데 홍고추가 오래 매달려 있는 것은

나머지 고추의 생육을 지연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착색되는대로 수확을 앞당기는 것도 하나의 다수확 요령이라 하겠다.

 

그런데 첫번째 방아다리 고추를 따느냐 여부에 따라 고추묘의 크기가 달라진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실험한 바에 따르면 첫번 째 방아다리 고추를 땄더니 가지의 길이가 길어졌다고 한다.

나도 방아다리 고추를 뗀 것과 그냥 둔 것을 비교해보니 확실히 뗀 것의 키가 컸다.

방아다리 고추를 키우기 위해 가지 성장에 공급되는 영양이 지장을 받는 것이다.

당연히 영양생장이 지연되고 고추의 키가 작아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관행농에서도 고추를 많이 매달게 하려고 방아다리 고추를 따는 농가가 많다.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받은 정보에 의하면 고추 1개를 키우는데는 8장의 잎이 필요하며

방아다리 첫 고추가 크려면 13장의 잎이 있어야 하므로 첫고추를 따주는 것이 잎을 빨리 내게 한다.

 

관행농에서는 고추를 밀식하여 키를 작게 키운다.

고추의 재식거리와 키는 비례하기 때문에 밀식을 하는 것이다.

고추 끈을 매는 작업도 절약하여 한 줄이라도 적게 매려고 한다.

홍고추를 집중적으로 수확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너무 늦게 고추를 매달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하우스 고추는 다르다.

비가림으로 탄저의 위험이 없으니 굳이 성장을 억제하여 홍고추 생산시기를 단축시킬 이유가 없다.

하우스 내에 유인줄을 매고 가능한 한 크게 키운다.

하우스에서 고추를 다수확하는 농가에서는 방아다리 고추를 첫번 째 화방 뿐 아니라 심지어 서너번 째

까지도 미리 따주어 조기 영양 생장을 유도하기도 한다.

 

비가림도 아니면서 관행농 농법도 아닌 경우는 어떤가?

관행농처럼 키를 낮추고 싶으면 방아다리 고추를 남기는 것도 방법이다.

이 때 밀식여부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재식거리를 띄우면서 키를 낮추려는 것은 모순이다.

그러므로 밀식 재배와 방아다리 고추를 따지 않는 것이 동시에 어울리는 조합인 것이다.

어떤 초보 농삿꾼은 무조건 방아다리 고추를 따야 하는지를 묻는다.

그러나 자신의 재배방법을 관행농처럼 할 것인지를 먼저 정하는 것이 순서다.

방아다리 고추를 딸 것인가는 그 다음 농법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