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부 <농한기에도 할 일은 많다.>
(1) 나무는 농한기를 기다린다.
11월 부터 다음해 2월 까지는 겨울 전정을 하는 기간이다.
나무에 물이 내린 동안에 절단 수술을 하는 셈이다.
나무의 수형을 잡는 것도 나름의 기술과 요령이 필요한데 아마추어가 하다 보니 들쑥날쑥이다.
어떤 유형이든 원리는 나무 가지 전체에 햇볕이 고루 들게 하면서 안정된 모습으로 자라게 하려는 뜻이다.
유실수의 경우는 특히 수확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키를 낮추는 전정 작업을 하게 된다.
매실과 복숭아는 나무 가운데가 보이도록 전지를 하고 앵두와 보리수는 가지가 너무 칙칙하지 않게 한다.
나무 마다 나름의 전지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겨울이지만 비교적 따뜻한 날씨에는 틈틈히 나무들의 전지 작업을 했다.
작업량을 분산시키기도 하지만 여유를 가지고 나무를 살피려는 것이다.
특히 생울타리로 심은 오가피는 이제 무성하게 자랐다.
가지를 전지해서 약재로 써도 무방한 싯점이 되었다.
친구들과 함께 가지치기를 하면 일년내 쓰고도 남을 양이 나온다.
어느 지역 축제에 갔더니 별로 많지도 않은 오가피 가지 한다발이 5천원이나 했다.
단순한 전지가 아니라 약재로 수확하는 셈이니 실속이 있다.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나는 매년 3월 말 경에는 지역 산림조합에서 판매하는 묘목시장에서 유실수들을 사다 심는다.
산림조합은 밤, 대추, 매실, 살구, 복숭아 등의 유실수를 시중보다 약 30% 낮게 판다.
그러나 경기 북부에서 사과는 아직 재배 초기 단계인지라 타 지역에서 조달해야 한다.
왜성 대목이 조기에 열매를 단다고 해서 사과단지가 많은 경산지역의 사과나무를
10 그루 신청하여 시험 삼아 심어 보았다.
그런데 한 해 겨울을 넘기면서 태반이 얼어죽고 세 그루만 남았다.
아마 월동 채비가 소홀했던 탓일 것이다.
3년 째 매년 시도한 감나무도 결국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얼어 죽었다.
지역 기후에 맞는 나무를 심어야 하는데 모험하느라 묘목값만 축내고 말았다.
농번기에는 나무를 돌볼 여유가 없다.
농한기가 마침 겨울 전정기나 식목기간과 겹치니 나무는 자연히 농한기의 주인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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