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부 <가축 때문에 겪은 애환>
(1) 강아지와 함께 한 시간과 이별
시골에는 집집마다 강아지 한마리 없는 집이 드물다.
한 여름 복날에 대비하기도 하지만 야생동물이나 낮선 사람들이 예고없이 들락거리는데 대한
나름의 대비책이기도 하다.
귀촌하고 얼마 되지 않아 동네 아랫 집에서 강아지 한 마리 키우지 않겠느냐고 물어왔다.
전에 안식구가 지나가는 말로 발바리 한 마리는 키워야 할까 보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을 기억한 것이다.
우리는 사나운 개 보다는 짖기만 요란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야생동물을 사냥할 것도 아니고 불청객이라도 개한테 물리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안식구는 이웃집의 성의를 무작정 거절할 수 없다면서 정말 발바리 암컷 한 녀석을 데려왔다.
새 식구가 생기니 부랴부랴 강아지 집을 사오고 사료도 한포 샀다.
아파트에서 주어 온 강아지 집 울타리도 한 몫을 했다.
그런데 곧 또 한 마리를 더 가져오게 되었다.
밤새 홀로 끙끙 앓는 강아지를 보자니 너무 측은해서 아예 도로 갖다 드리려 했더니
한 녀석을 더 가져가면 해결된다고 선뜻 한 마리를 더 보낸 것이다.
그런데 한 녀석이 더 생기자 집부터 다시 큰 것으로 바꾸어야 했다.
산 것은 그 뿐 아니다.
부삽과 집게도 하나씩 더 사고 목걸이도 샀다.
벌써 나는 강아지 배설물 치우는 전담 당번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우리 식구가 된 녀석들의 이름은 <또원>이와 <또두>이다.
또와농원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입양된 강아지라는 뜻이다.
꼬맹이들은 눈만 뜨면 서로 겨루기와 장난으로 시간을 보냈다. 데크 위는 이 녀석들의 운동장이고 안방이다. 장난하다 지치면 현관 앞에서 졸기를 좋아했다. 낮에 햋볕이 따가우면 자리를 옮겨 데크 난간 그늘을 찾아 오수를 즐긴다. 밤만 되면 녀석들은 두려움인지 경계 근무인지 모르지만 본능적으로 외적의 침입에 민감하게 대응했다. 때로는 멧돼지가 녀석들을 해칠까봐 랜턴을 들고 밖에 나가보기를 여러번 했다. 동네 사나운 개들이 우리 강아지의 영역을 침범하면 녀석들은 요란하게 짖어댄다. 나는 또 무슨 사고가 나는가 걱정되어 괭이를 들고 쫓아 가곤했다. 개가 우리집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녀석들을 지키느라 노심초사였다. 제일 불편한 것은 개밥을 줘야 하기 때문에 오랜시간 외출을 못했다. 아무리 녀석들이 사랑스러워도 주객이 전도되니 짜증이 났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자 <또두> 녀석이 새끼를 가졌다. 우리는 고민 끝에 새끼들을 분양한 뒤에 두 녀석들을 모두 방출하기로 했다. 마침 발바리 새끼를 구하는 사람이 나와 새끼들이 젖을 떼면 모두 가져가기로 했다. 생후 70일이 지난 뒤였다.
녀석들과 이별할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종종 애완견 식품인 소고기 통조림도 먹이고
일부러 감자탕 집에 외식을 나가 뼈다귀를 얻어 먹이기도 하였다.
드디어 녀석들이 떠난 뒤에 비가 하루 종일 내렸다.
어미는 비를 맞으며 이곳 저곳을 헤매고 다닌다.
강아지들을 보낸 것을 잊은 모양이었다.
안쓰러워 나머지 통조림을 먹여 보지만 어미는 여전히 집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 내 귀에도 쪼깐이 강아지 녀석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 듯 했다.
저희들 끼리 서열 싸움을 한다고 앙알거리던 소리가 귀에 쟁쟁한 것이다.
내친 김에 약속한 이웃에게 <또원>이와 <또두> 모두 시집을 보냈다.
녀석들이 떠난 공간이 어쩐지 을씨년스러웠다.
녀석들과 함깨 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정든 녀석들과의 이별은 한동안 우리를 슬프게 했다.
그 이후 우리 부부는 개를 키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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