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기비와 추비
사진 중앙의 돌탑 옆에 농협 퇴비 푸대가 보인다.
밭에 미리 석회와 농협퇴비를 넣고 쇠스랑으로 고루 섞은 다음 2주 후에 비닐 멀칭을 한 모습이다.
기비는 밭만들기 단계에서 미리 투입하는 비료이고 추비는 작물의 생장 과정에
추가로 투입하는 비료이다.
관행농에서는 퇴비와 함께 복합비료를 기비로 준다.
일반적으로 기비를 줄 때 퇴비는 비닐 멀칭 2주 전, 화학비료는 3일 전에 뿌려야 가스 피해가 없다.
퇴비는 완전 부숙된 것을 넣어야 한다.
특히 자가 퇴비의 경우 덜 부숙된 퇴비를 넣으면 자칫 농사를 망칠 수 있으니 유념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대부분 농협에서 제조 포장한 퇴비를 쓰게 되므로 편리하다.
만약 토양개량이 필요한 곳이면 석회를 뿌리는 것도 기비에 속한다.
복합비료는 작물이 생장하는데 주로 필요한 질소 인산 가리의 3대 요소가 고루 들어있다.
그중 초기 생육기간에 필요한 질소 비중이 높게 함유되어 있다.
추비를 웃거름이라고도 한다.
웃거름은 작물의 상태에 따라 잘 판단하여 작물이 요구하는 것을 잘 찾아 주어야 한다.
즉 작물의 줄기나 잎이 부실할 때는 질소질 비료를 준다.
개화기 이후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 인산 칼리질 비료가 적합하다.
병해 예방을 위해 면역력을 높히려면 미량 요소 비료를 주는 것이다.
동네 농부들이 내 밭의 작물이 신통치 않게 보이자 요소비료를 한 주먹 주라고 가르쳐준 적이 있다.
관행농에서 하는 방법이다.
나는 화학비료를 쓰지 않으니 기비로는 오직 농협퇴비만 주고 석회는 필요한 경우만 같이 뿌린다.
그리고 추비용으로 질소질 비료를 줘야 할 때 요소 비료 대신 깻묵을 삭혀 사용한다.
대개의 경우 추비를 주는 이유는 결실기에 가까워 올 때 부족한
인산이나 칼리 비료를 주기 위해서다.
화학비료가 편리한 것은 입맛에 맞게 맞춤형 비료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결국 화학비료의 혜택을 외면한 이상 추비용으로 칼리 비료를 주는 방법으로 초목회를 택했다.
즉 깻묵만으로는 인산과 칼리가 부족한데 초목회가 이를 보충하는 효과가 있다.
그나마 추비는 가지과인 가지와 고추에게만 준다.
감자, 고구마, 옥수수, 수수, 참깨, 들깨, 야콘 등은 기비로 농협 퇴비만 주는 것으로 끝이다.
그나마 콩은 농협퇴비도 많이 뿌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추비는 가지와 고추에 초목회와 오줌에 삭힌 깻묵을 주간 사이에 넣는 것 외에는
주로 엽면 시비하는 액비를 쓴다.
액비를 추비하는 대상도 고추와 가지, 무와 배추, 오이,참외, 토마토, 애호박 정도에 그친다.
마늘과 양파에는 황산카리를 2회 정도(비닐 멀칭을 하는 경우에는 5회) 액비로 살포한다.
작물의 영양 관리도 사람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고루 영양을 섭취해야 병에 대한 저항력도 강하다 하지 않는가?
비료의 3대 요소인 질소 인산 칼리만으로 영양상태가 양호하다고 볼 수는 없다.
칼슘이나 마그네슘, 붕소 등의 미량 요소들이 병에 대한 저항력과 품질을 결정하는데
어쩌면 더 중요한 결정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영양 공급도 결국 생육과정에서 추비를 어떻게 주느냐에 달렸다.
비 온 후에 칼슘제를 엽면시비하거나 주기적으로 다양한 액비를 관주하는 등의
비배관리가 없이는 화학비료를 대신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말이 쉽지 화학비료없이 농사를 짓자면 몇 배의 노력을 감수해야 한다.
한편 추비를 주는 방법도 매우 중요하다.
관행농의 경우 첫번 째 추비는 작물과 작물 사이의 비닐을 뚫고 주고
그 다음에는 고랑에 주라고 한다.
작물이 성장함에 따라 뿌리의 범위가 넓게 퍼지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이 때 주의할 것은 절대로 작물의 뿌리에 직접 비료를 줘서는 안된다.
농도 장해를 입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경우 고랑에 부직포를 깔았기 때문에 결국 주간 사이에 계속 관주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또 하나 주목의 대상은 기비도 무조건 로타리를 쳐서 흙과 고루 섞어야 하느냐이다.
일본의 어느 농부는 퇴비 주는 시기를 놓쳐 퇴비를 흙 위에 뿌렸더니 오히려 비효가 높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농업기술원에서 같은 실험을 해본 결과도 비슷했다.
무경운으로 기비를 주는 문제가 풀린 셈이다.
다만 토양개량이 목적인 석회의 경우에는 로타리를 치면서 땅 속에 고루 섞이도록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유황은 기비로서나 추비로서 관심을 가질 만한 자재이다.
알려진 바로는 첫째 유황과 퇴비를 반반씩 섞어 땅에 뿌리면 식물들이 뿌리를
엄청 깊게 내릴 뿐 아니라 잔뿌리를 많이 내려 생육도 왕성하고 맛도 좋아진다.
둘째 유황은 땅 속의 불필요한 균을 죽이는 살균효과도 있다.
셋째 유황을 흩쳐 놓고서 서목태와 같은 콩을 심으면 해독성이 아주 강하게 되며
보양제로서 탁월한 효능을 얻는다.
넷째 유황과 산소는 식물의 탄소동화 작용 즉 신진대사에 가장 중요한 물질이다.
어느 농부가 유황을 가지 묘종 밑에 뿌려놓았더니 가지가 엄청나게 크게 열렸다고 한다.
나도 따라 했더니 역시 같은 결과를 얻었다.
유황은 비료 효과 뿐 아니라 해충이 근접하지 못하게 하는 역활도 하므로 고추나 가지처럼
가지과 작물에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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