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은퇴자/전원농가의 뱁새농법

48. 신문지와 부직포

예농 2012. 6. 23. 07:12

4) 신문지와 부직포

 

 

 

밭 고랑의 풀 때문에 부직포를 깔지만 비용도 무시할 수는 없다.

6~7 만원 짜리 하나 사서 깔아 봤자 몇 고랑 깔면 그만이다.

그래서 작은 텃밭은 부직포 대신 신문지를 깔아 보았다.

버리는 현수막을 얻어 쓰는 농가도 있지만 그 것도 쉽게 찾아 보기 어렵거니와 흰색천이 빛을 투과하므로서

시간이 지나면 잡초들이 안에서 들고 올라와 성가시게 만든다.

신문지의 장점은 나중에 굳이 수거해야 하는 수고를 던다는 점이다.

그래서 시험삼아 깔아 보았더니 이제는 밭에서 버린 돌을 다시 찾아 와서 눌러 주는 불편이 따랐다.

신문지를 잇는 것은 문구용 스테이플로 찍으면 되지만 바람에 너풀거리다가 신문지가 찢어지기 일쑤다.

결국 돌을 주어 중간에 눌러주는 일을 해야 한다.

그나마 두툼하게 신문지를 깔지 않으면 바람에 찢겨서 그 틈새로 잡초가 나왔다.

한 해를 보낸 후 밭을 보니 신문지가 녹아져서 보기 흉한 모습이다.

또한 고랑에 있는 돌을 다시 또 걷어 내야 했다.

부직포는 비용이 문제지만 잘 관리하면 여러 해를 쓴다.

단, 주의할 점은 밭 고랑에 돌이 많으면 밟고 다니다가 결국 부직포가 상하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중간에 구멍이 나면 그 틈으로 잡초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은 돌이라도 고랑에 둔 채 부직포를 깔면 안된다.

조심히 관리하여 내구성을 높히면 비용절감을 하는 셈이다.

나는 매년 부직포 면적을 넓혔다.

초기 투자를 분산시키면서 부직포의 내구 연한을 실험하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밭의 대부분을 부직포로 고랑을 덮는다.

부직포의 장점은 적지 않다.

비닐 멀칭을 대충해도 부직포로 양면을 고정시키므로 비닐이 벗겨지는 것을 막아준다.

고추의 탄저병은 빗물이 흙에 튀면서 고춧잎에 탄저균이 옮겨 붙거나 고랑의 풀이 많으면 습도가 높아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두둑의 높이를 30cm 이상 높히라고 권한다.

그런데 부직포는 흙이 튀거나 습도를 높히지 않는 장점이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고랑의 제초제 비용도 매년 투입되고 호밀 농법이나 신문지를 깔기 위해 들어가는

노동력도 무시하지 못한다.

부직포는 초기 투입비용 부담이 따르지만 내구 연한을 감안하면 전원농가에서 택할 만한 투자이다.

자연농업을 지향하는 농가 중에는 부직포 대신 호밀농법을 권장하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부직포를 쓰는 것을 마치 땅을 죽이는 것으로 매도하기도 한다.

고랑의 잡초 대신 호밀을 심어 땅을 살리겠다는 의도는 칭찬할 만하다.

귀촌 첫해 나 역시 호기롭게 호밀 종자를 어렵게 구해 고랑에 키워 보았다.

종자를 밀식하지 않아서인지 잡초와 호밀이 엉클어져 고랑은 발디딜틈 조차 없었다.

키가 작은 작물은 그늘에 가리기도 했다.

호밀이 고랑을 가득 차지한 상태에서는 밭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나마 콩밭 고랑이나 호밀을 심지 고추밭에는 호밀이 고랑의 통풍을 방해할 수가 있다.

콩밭도 비닐 멀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잡초 속에서 콩밭을 김매기 할 때 그 고역을 잊을 수가 없다.

만약 그런 농법으로 계속 농사를 지어야 한다면 아예 농사를 포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전원생활을 포기하기 보다는 자연주의자를 고집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여러 시도 끝에 결국 부직포를 택했다.

친환경으로 족한 것이다.

비록 부직포가 자연적이지는 않지만 제초제를 쓰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전원농가는 자연농법이든 부직포로 농사를 짓든 자신이 감당할 수 있고 원하는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