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잡초 관리
1) 잡초에 대한 단상(斷想)
취나물과 잡초가 한데 엉크러진 밭에서 잡초를 뽑는다는 것은 무모할 뿐 아니라 별 효과도 없다.
풀을 헤쳐가면서 취나물 잎을 따는 것이 이 밭에서 하는 작업의 전부이다.
태초에 에덴 동산에서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를 따 먹은 후 자기 몸이 벗은 것을 부끄러워 하게 되었다.
그런 후에 그들은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 자연계에서의 고된 삶을 살게 되었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대지 곧 자연은 벌거벗은 것을 부끄러워 하는가 보다.
맨 땅은 결코 그대로 있지 않고 잡초로 부끄러운 몸을 가린다.
그것이 곧 자연의 법칙이 아닐까?
그렇다면 무작정 잡초를 벗겨내기만 할 일이 아니지 않는가?
잡초에 대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 강인한 생명력이 아닐까 싶다.
잡초는 척박한 곳에도 잘 자라니 말이다.
그런데 보는 이에 따라 잡초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농삿꾼의 눈으로는 밭에 난 농작물 이외는 모두가 잡초다.
설령 그것이 천하에 없는 귀한 식물이라도 성가신 존재일 뿐이다.
밭 이랑이 아닌 농로 가운데 떨어진 농작물도 마찬가지다.
지나다니는데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그러나 약초꾼의 눈에는 어디에 있든,
설령 그 것이 흔하디 흔한 잡초라도 약초는 약초이다.
농삿꾼이 귀찮아 하는 수 많은 잡초 중에는 약초로 귀한 대접을 받는 것들이 적지 않다.
엉겅퀴나 환삼덩굴, 진득찰이나 익모초, 달맞이꽃,
심지어는 밭고랑에 나는 쇠비름과 비단풀 등이 모두 잡초이면서 약초다.
특히 비단풀은 항암, 항염효과가 탁월하고 결석을 녹인다는 효능 때문에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 밭 귀퉁이 틈새를 비집고 비단풀이 간간히 눈에 띄면 차마 뽑아 버리기가 아깝다.
나물 뜯는 도시 아낙의 눈에는 잡초 속에서 맛있는 나물을 찾는다.
봄나물로 유명한 달래나 냉이도 따지고 보면 잡초다.
흔한 쑥이나 흰민들레, 고들빼기, 비듬나물, 심지어 개망초까지도 대접이 달라졌다.
농약 공해 때문에 나물도 아무 데서나 뜯기 어렵다.
그래서 요즘은 잡초라고 모두 제거 대상이 아니다.
어디에 나든 때로는 뽑지 않고 놔두었다가 필요할 때 수확한다.
우리 밭이나 주변에는 결명자나 차조기, 달래나 냉이 등이 자유롭게 자란다.
심지어 차조기나 원추리, 달맞이 꽃등은 아예 경사지에 옮겨 자라게 한다.
필요한 잡초로 쓸모없는 다른 잡초를 제압하기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초제를 쓸 수가 없다.
잡초를 뽑다 보면 하루 해가 금방 지나간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해본다.
잡초를 뽑고 있는 나는 지금 제대로 자리를 잡은 걸까?
설마 쓸모없는 곳에 버티고 있는 잡초는 아닐런지 두려운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농삿꾼의 눈에 비친 콩밭의 쇠비름은 아니었으면 좋겠고
그나마 약초꾼의 눈에 비친 차조기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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