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밭 만들기
1) 옥토를 만들자
재배학에서는 풍작을 결정하는 3대 요소로 품종- 재배환경-재배기술을 꼽는다.
그중 밭은 재배환경의 핵심이다.
성경에는 농사에 비유한 말씀이 적지 않다.
그 중에 돌밭이나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앗은 풍성한 결실을 맺지 못하고 옥토에 떨어져야
열배 백배의 소출을 얻는다는 말씀이 있다.
가장 본질적인 진리의 말씀인 동시에 핵심적인 농사의 비결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어떤 흙이 옥토일까?
우선 먼저 농사 짓기에 좋은 흙은 대체로 물빠짐이 원활한 사질형 점토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누가 전원생활을 시작하면서 흙을 실험해보고 땅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삶터를 결정하고 보니 주어진 땅이 내가 농사를 지어야 할 운명의 흙일 뿐이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흙의 산성도를 무료로 측정해주고 거름을 넣는데 참고하도록 한다.
그간 오랫동안 투입된 비료와 농약 등으로 땅에는 비옥도가 크게 달라졌다.
얼마의 비료가 필요한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런데도 무턱대고 비료를 투입한다면 낭비를 불러 온다.
따라서 맞춤형 비료를 투입하는 것이 과학 영농이다.
그러나 이 역시 번거롭고 실천하기 쉽지 않다.
밭은 물리적 환경과 화학적 환경으로 나누어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물리적 환경을 보면
우리 지역의 밭은 돌이 많다.동네 농민들은 오히려 돌이 오줌을 싸니 그냥 두는 것이 좋다고 한다.
돌의 수분 조절 효과를 뜻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야콘을 심으려니 아무래도 돌을 걷어내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그렇게 돌을 꺼내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년례 행사가 되었다.
돌을 밭에서 꺼내는 한편 반대로 밭에 넣는 것들도 있다.
콩이나 땅콩 깍지, 건초, 볏짚, 연탄재 등을 매년 밭에 투입했다.
흙의 떼알구조가 배수력을 높히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밭의 물리적 환경은 크게 개선되었다.
큰 자갈이 적어지니 야콘 뿐 아니라
땅콩이나 감자, 토란 등 뿌리 작물을 심는데 어려움이 없다.
그 뿐이 아니다.
터널농법은 땅에 활대를 꽂아야 하는데 돌이 많으면 쉽게 들어가지 않는다.
고추 지주나 부직포 고정핀도 땅에 박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돌의 장애가 작업을 어렵게 했다.
따라서 밭에서 돌을 골라내니 편리한 것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러나 연탄재의 경우에는 양면성이 있어 이제는 더 이상 투입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물이 잘 빠지도록 사양토를 만들려고 겨울이면 연탄재를 나르기 시작했다.
아마 한 해 겨울에 연탄재를 족히 1천장은 수거해 넣었을 것이다.
연탄재는 황토와 황산카리 등으로 구성되어 토양개량이나 거름 효과가 있는데다
고열로 살균이 되었고 풀씨도 없다.
그래서 도라지 밭처럼 가운데 고랑 하나를 연탄재로 가득 채웠다.
그러면 배수에 큰 지장이 없으면서도 잡초를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다른 고랑에는 퇴비나 유박 등을 넣고 두둑의 흙을 잘 섞은 다음
마지막으로 고랑에 부숴넣은 연탄재를 괭이삽으로 퍼올려 지표면을 덮는 것이다.
물론 수확 때나 다음해에 밭을 만들 때는 자연히 연탄재는 흙과 섞여지게 마련이니
배수가 용이한 사양토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모든 것은 양면성이 있는가 보다.
강원도 당국에서는 연탄재를 농토에 넣지 말기를 권고했다고 한다.
비소가 허용치의 몇배나 검출되었기 때문이다.
흙을 개량하려다 오히려 중금속으로 오염되는 꼴이 되는 것이다.
결국 다시 퍼낼 수도 없어 궁여지책으로 심게 된 것이 해바라기였다.
해바라기가 땅 속의 중금속을 빨아내는 정화식물이라는 특성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한 때는 한방슬러지를 모아 땅에 넣기도 했다.
한방 병원의 쓰레기를 거두자니 이 역시 여간 번거롭지가 않았다.
그래도 땅에 좋은 거름이 된다니 기를 쓰고 거두었다.
그런데 농업기술센터의 유기농 교육을 받다 보니 오히려 밭에 해로운 짓을 했던 것이다.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다음 해에는 사막화 현상이 온다는게 아닌가?
더 이상 밭에 아무 것이나 넣지 않기로 한 계기가 되었다.
지금까지 물리적 개량이 중심이었다면 다음은 화학적 개량을 해야 한다.
바로 산성화된 토양을 중화시키는 일이다.
정부는 밭의 토양 개량을 위해 고토 석회비료를 무상으로 농민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고추 영농 교육을 받다 보니 석회에 대한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었다.
그런데 나는 귀촌 이후 몇 년 간 땅에 석회를 전혀 투입하지 않았다.
언제 누구로 부터 석회비료를 확보할 수 있는지 조차 몰랐던 때문이다.
땅이 산성화되면 병충해 피해가 커진다.
강사가 권하기는 소석회를 300평에 20kg 짜리 6포대는 넣어야 좋단다.
그러나 한번 기회를 놓쳐 석회를 확보하지 못했으니 답답했다.
여기 저기 알아 보았지만 허사였다.
정말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영낙없이 그짝이었다.
그러던 차에 농협에서 조언하기를
요즘 관내에 구제역 방제 때문에 석회를 뿌리고 남은 것이 있을지 모르겠단다.
내친 김에 면사무소 산업계에 연락했더니
마침 10여 포는 창고에 남겨 놓은 것이 있을 것이라지 않는가!
그런데 문제는 소석회가 아니고 생석회였다.
다시 또 농업기술센터에 전화를 했다.
생석회는 소석회에 비해 화학반응은 다르지만 모두 토지 개량 효과는 같다고 한다.
드디어 석회 문제가 해결된 셈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결국은 내가 필요한 10포의 석회는 구한 것이다.
석회를 구한 김에 밭에 퇴비도 주기 시작했다.
우선 감자부터 파종할 준비를 하였다.
일을 끝내고 저녁에 감자 심기 자료를 다시 스크린했더니, 이게 또 무슨 일인가?
감자밭에는 석회를 뿌리지 않는게 좋다는 것이다.
더댕이병이 생기기 쉽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차피 땅을 중성화하려고 석회를 뿌렸으니 약간의 발병 요인이 있더라도 어쩌랴 싶었다.
그렇다고 모든 땅이 중성이어야 좋은 것은 아니다.
블루베리는 산성 땅에서 잘 자란다.
땅을 산성화 시키기 위해 일부러 침엽수 낙엽이나 유황을 넣어 산도를 조절하기도 한다.
반대로 시금치는 알카리성 토양에 적합한 작물이다.
그러므로 토란처럼 석회 탈취가 심한 작물의 후작으로 시금치를 심는다면 석회를 많이 넣어야 한다.
대체로 작물은 석회가 부족하면 칼슘 섭취에 장애가 발생한다.
고토석회는 토양의 산도를 중성화하는 화학적 환경 개량에 필수적인 비료일 뿐 아니라
바로 마그네슘과 칼슘 같은 미량요소를 토양내에 공급하는 비료 기능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땅을 살리겠다고 흘린 땀은 얼마나 될까?
그 보답으로 우리 땅은 거의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도 작물들을 건강하게 키워내고 있다.
자연은 우리에게 땀의 댓가를 반드시 보상한다는 것을 체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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