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은퇴자/전원농가의 뱁새농법

41. 三無 農法을 실현하기 까지

예농 2012. 6. 18. 07:14

(3) 三無 農法을 실현하기 까지

 

제초제 대신 부직포와 보온 덮개를 깔고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 밭이다.

 

 

三無 농법은 농약과 제초제,화학비료 없이 농사를 짓는다는 의미이다.

또는 화학비료 대신 무경운을 넣기도 하는 개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귀농하면서 바로 이 농법에 매력을 느끼고 흉내를 낸다.

 

아마 태평농법이나 자연농법의 핵심을 잘못 이해한데서 오는 시행착오일지 모른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자연에 맡기면 자연이 알아서 작물을 키운다는 믿음 말이다.

 

농담으로 누구는 냅둬 농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어쩌면 가장 잘 어울리는 농법이지 싶다.

나 역시 귀촌한 첫 해 부터 과감하게 냅둬 농법을 시작하려고 했다.

그러자 선배 농군 한 분이 조언을 했다.

마침 내가 배추를 심으려고 하는 밭은 집을 새로 건축하느라 땅을 새로 개간한 곳이었다.

따라서 비료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런 곳에서 처음부터 화학비료없이 농사를 짓겠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조언에 따라 그 해는 화학비료를 주고 배추를 키웠는데 의외로 잘 자랐다.

드디어 다음 해는 내 뜻대로 농사를 지어 보기로 했다.

그런데 모종을 내고 다음 날 가보니 목이 떨어진 모종들이 여러 개였다.

이웃 농가에 물으니 땅 속에 있는 해충의 짓이란다.

필히 토양살충제를 뿌리라고 성화다.

그래도 묵살하고 결주만 보충했지만 그 후에도 계속 결주가 났다.

 

 

농약과 비료없이 작물이 잘 자라기를 바랄 수는 없다.

위의 사진처럼 배추벼룩잎벌레가 먹은 배추는 모기장 망사처럼 줄기만 남는다.

그래도 저런 배추로 자랑스럽게 김장을 했다.

그렇게 귀촌 초기 2년 동안을 저 녀석들의 등쌀에 결주를 보충해가면서 싸우다가

결국은 참지 못하고 토양살충제로 응징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토양살충제도 2년 정도 사용하다 해충들이 어느 정도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같아

그 다음해부터는 토양살충제 살포도 중단했다.

이렇듯 3무 농법은 처음부터 시작하면 고생만하고 좌절감에 빠지기 쉽다.

단계적으로 실천해야 가능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매년 년차적으로 3무 농법에 접근해 온 것이다.

 

이렇듯 냅둬농법은 한 해만 지나도 자신이 한 농사가 과연 정답인지 회의에 빠지게 된다.

못난이 배추나 무로 김장을 하면서 아주 흐믓하게 자랑을 늘어 놓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실은 내심 당혹스러운 결과를 위장하는 핑게는 아닐까?

 

고추는 특히 각종 해충과 질병으로 수확하는 것 보다 애써 거둔 것들을 버리는 것이 태반이었다.

실제 농약없이 고추농사를 짓는 것은 무모하다 못해 불가능에 도전하는 어리석은 짓으로 여긴다.

그러나 나는 관행농이나 유기농과 다른 방법으로 내가 필요한 만큼의 고추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도전 5년 차를 지나서야 비로서 재배환경이 가능했던 것이다.

 

다른 농작물 역시 농약과 화학비료없이 농사를 지으려면 피해를 각오해야 한다.

아무리 무공해 작물이라지만 워낙 볼 품도 없을 뿐 아니라 누가 봐도 영양실조가 분명해보여서

먹거리라고 내세우기가 민망할 지경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만 내버려 둔다고 되는 농사가 어디 있던가?

맨땅으로 방치하다가 그나마 화학비료도 주지 않고 작물을 키우겠다는 것은

자식에게 밥도 주지않으면서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즉 화학비료 대신 다른 거름을 줘야 작물이 자랄 수 있는 것이다.

유기농은 화학비료 대신 유기농 자재를 투입한다.

즉 무엇이든지 토양의 상태를 화학비료 못지 않게 작물을 키워내는 환경으로 바꿔야 가능하다.

주변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부엽토나 잡초를 뽑아 비닐 대신 밭에 덮어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폭우로 토사와 함께 영양소가 유실되어 도로아미타불이다.

유기물로 맨 땅을 덮어 주는 일이 매년 반복되면서 땅은 점차로 변해가는 것이다.

 

우리밭은 결코 자연농법을 흉내내기 어려운 땅이었다. 

그나마 밭에 돌이라도 적어야 로타리를 치지 않고 화학비료도 적게 줄 수 있다.

첫해 배추 모종을 심으면서 돌이 너무 많고 흙이 모자라 주변의 흙을 긁어 모아야 했다.

그런 상태에서 3무 농법에 도전한다는 것은 내가 생각해도 무모하기 짝이없었다.

따라서 첫 3년 동안은 돌 골라내는데 많은 시간과 노동을 투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100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실감이 났다.

오랜 기간 인내하지 않으면 해낼 수 없는 일이다.

 

그 다음은 제초제 대신 풀을 뽑고 벌레를 잡느라 등골이 빠진다.

요즘 농촌에서 관행농을 하는 농가에게 제초제를 빼라고 하면 농사 짓지 말라는 말과 같다.

살충제 없이 벌레와의 전쟁을 치루기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없다.

유기농도 화학비료 대신 유기농 자재를 쓰고 독초에서 추출한 살충제를 사용한다.

 

말이 쉽지 관행농 보다 몇 곱절의 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 농법이 바로 3무 농법임을 깨닫게 된다.

특히 자연의 힘이라고 믿었던 땅이 제대로 작물을  키워 내려면 몇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못난이 작물만으로 만족하면서 무공해라고 자위할 수는 없다.

관행농보다 질과 양에서 떨어지지 않는 수준에 이르러야 제대로 3무 농법이 성공한 것이다.

 

그러자니 몸만 고된 것이 아니라 농사에 대한 지식과 탐구가 필요하다.

농사를 기술로만 아는 단계에서는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누가 성공했다는 방법을 모방하느라 세월을 보낸다.

재배기술 못지 않게 재배 환경이 우선 조성되어야 하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땅을 만드는 일은 제쳐놓고 기술만 배웠다고 농사가 잘 되는 법은 없다.

농사 기술도 자기 밭의 상태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진다.

결국은 본인이 겪으며 얻는 체험적 결과에서 자기 만의 농법이 정립되는 것이다.

 

단편적인 농사 기법은 인터넷에서도 많이 떠돌아 다닌다.

이런 지식과 정보는 여과과정을 거쳐야 된다는 말이다.

3무 농법의 본질적 의미를 이해하면서 재배환경부터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남의 말만 듣고 서두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 무 농법은 인내심을 갖고 추구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건강한 농산물을 길러내는 목적 만이 아니라 병충해를 예방하여 농작물의 다수확을 달성하는데도

관행농 못지 않게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묵중한 농기계가 매년 밭을 로타리 치다 보면 경반층으로 인한 작물의 생육 지장을 해결하지 못한다.

그러나 경운하지 않고 유용 미생물이 왕성하게 활동하게 만들면 밭은 부드러운 옥토로 변한다.

화학비료로 산성화 된 땅이 중성으로 환원되면 병원균의 활동도 무력해진다.

농약이 필요없는 농사가 바로 3무 농법의 장점이다.

비록 처음부터 시작하기는 어렵지만 단계적으로 접근하면 못할 것도 없다.

 

그러려면  자신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자재를 만들어 농약과 비료 대신 써야 한다.

제초제 없이 농사를 지으려면 잡초의 생리를 잘 이용하여

언제 제초하고 그 잡초를 어디에 쓸 것인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

콩밭에 호밀농법도 그런 접근법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래도 농약이나 제초제를 대신하는 방법은 있다.

문제는 무경운이 생각처럼 쉽지 않아 밭 면적이 넓다면 아예 농기계를 이용하는 것이 속 편하다.

그러나 면적이 좁아 농기계 이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하다 못해 쇠스랑 같은 농기구라도 있어야

밭을 일굴 수 있다.

더구나 고랑의 깊이가 얕으면 배수에도 문제가 있어 두둑을 높이려면 경운이 불가피하다.

특히 퇴비를 주려면 흙을 고루 섞게 되므로 무경운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퇴비를 표층에 뿌렸더니 오히려 비효가 더 높았다는 농업기술센터의 실험 결과를 접하고는

바로 이거구나 하고 무릎을 쳤다.

즉 두둑의 표층에 퇴비를 고루 뿌리고 고랑의 흙만 괭이삽으로 적당히 퍼올리면 두둑으로 손색이

없었던 것이다. 다만 전년도 수확기에 두둑의 흙을 너무 산만하게 파헤친 것이 일거리였다.

만약 감자나 고구마 같은 땅속 작물을 캘 때에 흙을 두둑 안으로 얌전하게 파헤치면 고랑까지 흙이 흩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굳이 따로 농기계를 들여 로타리를 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처음 한 번만 트랙터로 두둑을 높이 만들면 그 다음부터 무경운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결국 퇴비를 표층에 뿌리고 수확기에 두둑의 흙을 얌전하게 관리한 것이 무경운을 가능케 한

비결이었던 것이다.

또한 석회나 퇴비를 표층에 뿌렸더라도 수확기에는 결국 두둑을 파헤치고 다음 해에는 고량의 흙을

퍼올리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흙과 고루 섞이게 되므로 시차만 있을 뿐이지 로타리 효과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3무 농법은 편안하게 냅둬도 되는 농법이 아니라

관행농법보다 훨씬 많은 노력과 연구, 지식, 경험이 수반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출발은 아주 쉬운 듯한데 알고 보면 아주 골때리는 농법이라는 것을

귀농 초보들이 알기나 하고 덤비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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