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부 <자연 속의 뱁새 농법>
(1) 뱁새 농법
우선 전원농가가 왜 뱁새인지 자신의 정체성 부터 짚어 보자.
첫째, 영농규모가 작은 소농이라는 점이다.
둘째, 작은 경작지임에도 자가 소비를 위해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를 추구하게 된다.
셋째,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것이 일차적인 목적이지 시장에 내다 팔려는 것이 아니다.
넷째, 농사를 짓는 과정도 건강을 해치는 방법은 피한다.
다섯째, 농사와 전원생활의 조화를 꿈꾼다.
나의 농법을 뱁새 농법이라고 이름을 붙인 뜻은 자기 분수에 맞는 농법이라는 의미다.
전업 농가를 황새로 비유한다면 전원농가는 뱁새로 만족해야 한다.
농약과 제초제 없이 대량 생산을 하려면 친환경 수준에 맞추더라도 프로급의 자재 확보 없이는 어렵다.
시장에 나가는 작물을 상품성 없이 재배한다면 누가 그 농산물을 사주겠는가?
자급자족 수준과 시장 위주의 농작물 생산 방식은 전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황새급의 자재 확보와 다량의 상품성을 목표로 한다면 이미 뱁새가 아니다.
옛말에도 뱁새가 황새를 따라 가려고 하면 가랭이가 찢어진다고 했다.
소득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면서 상품성과 대량생산에 필요한 자재를 써야 할 이유가 없다.
유기농 자재로 농약을 만들려면 번거롭거나 비용도 만만한 것이 아니다.
뱁새농법은 효과가 비록 떨어지더라도 쉽게 구하고 취급이 용이한 자재를 이용한다.
따라서 비용이 적게 든 만큼 전업농가의 절반 수준이라도 수확할 수 있으면 성공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고 뱁새가 영원히 황새를 쫒아갈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뱁새 다리가 짧아도 종종 걸음을 하면 황새가 성큼성큼 가는 속도의 절반은 간다는 뜻이다.
그렇게 세월이 가다보면 뱁새도 여유를 부리며 걸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한다.
땅이 좋아지고 먹이사슬이 안정되면 관행농보다 더 품질이 우수한 작물을 생산해내는 것이다.
경제성이 없는 규모에서 승부를 내려면 탁월한 품질만이 희망이다.
뱁새도 그 경지에 도달하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게 될 것이다.
황새만이 프로가 아니라 뱁새도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프로로 전향할 수가 있다.
품질에 대한 신뢰는 소비자에 달렸다.
오히려 뱁새다운 농사라면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데 그리 불리할 것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뱁새농법은 나름의 틈새 농법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관행농에 비해 뱁새 농법은 유기농이나 자연농법에 가깝다.
화학비료는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농약이나 제초제를 일체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기농에서 사용하는 농자재를 무조건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비록 3무 농법을 추구하더라도 작물의 생육초기에는 약간의 화학비료를 투입하므로서 자연농법만으로
작물을 키울 때 발생하는 영양 불량 상태를 모면하고져 한다.
사람도 때로는 햄버거나 피자 같은 패스트 푸드를 먹지 않는가?
특히 농약 없이 작물을 키우려면 품질 저하를 각오해야 하는데 무작정 농약을 회피한다고 장땡이 아니다.
화학 농약 대신 다른 방법으로 대체할 뿐이다.
망사 터널 농법도 동원해야 하고 해충 기피제도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배추 모종의 목이 잘려 나가고 배춧잎이 모기장 처럼 뜯길 때 이를 방치할 수는 없다.
나는 배추를 심기 전 해에 그 이랑에 마늘을 먼저 심는다.
이유는 마늘 밭에 해충 기피제인 은행잎을 깔아 덮어주어 해충들을 미리 퇴거시키려는 것이다.
마늘밭을 덮은 은행잎은 추운 겨울 동안 냉해를 막아 줄 뿐 아니라 해동 후 잡초 발생을 억제한다.
멀칭으로 보습 효과도 있고 특히 해충들의 접근을 막아주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다.
은행잎 즙을 추출해서 사용하는 농가도 있지만 그 작업도 사실 막상 하려면 만만치 않아서
나는 마늘밭에 은행잎 그대로 깔아주기만 한다.
겨울을 나려면 어차피 투명 비닐을 덮어 주기 때문에 바람에 은행잎이 날아갈 우려도 없다.
예전 학창시절 책갈피에 은행잎을 넣어두면 좀이 쓸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치이다.
은행잎들은 마늘을 수확한 후에도 흙 속에 부엽토로 남아 있다.
그러니 마늘을 수확한 밭에 배추를 심으면 자연히 어린 모종을 공격하는 해충이 근접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량 생산을 하는 전업농과 달리 전원농가는 번거롭지만 은행잎으로 농약을 대신 사용하는 것처럼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자재로 농사를 짓는 방법을 강구해야 편리하면서도 건강한 먹거리를 얻는다.
이것이 바로 뱁새 농법의 특장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마늘이나 무 배추는 아마 징코민이 제법 들어 있을 거야."
나는 종종 농장을 방문하는 지인들에게 은행잎을 밭에 넣어 부엽토로 만드는 것을 자랑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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