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은퇴자/전원농가의 뱁새농법

17. 전원 농가의 특성

예농 2012. 5. 30. 07:41

제 4 부 <전원 농가>

 

(1) 전원 농가의 특성

 

 

 

귀농이 늘면서 용어 사용에 대한 구별이 필요해졌다.

은퇴자들이 귀농을 하지만 실제 농사 규모가 적어

과연 농업에 종사하는 직업인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어쩌면 단순히 시골로 이사한 귀촌에 불과한 형태라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특히 전원생활을 목적으로 귀촌한 경우를 귀농이라고 표현하기도 어색하다.

나는 소득과 상관없이 전원생활을 하면서 농사를 짓는 형태를 전원농가라고 정의해 보았다.

당연히 전원생활을 하면서도 농사를 짓지 않는 경우는 전원농가가 아니다.

전원주택에 살면서 작은 텃밭을 가졌다고 다 전원농가라고 할 수는 없다.

최소한 경작면적이 3백평은 넘어야 농삿꾼 대열에 들어간다.

현행 농업경영인 등록이나 밭작물 직불금 지급 대상도 그렇다.

전원농가가 소득을 얻고 있느냐의 여부는 중요치 않다.

농사라는 생산활동을 하고 있으면 전원농가이다.

이런 점에서 전원농가는 소득을 1차 목표로 하는 귀농과 다르다.

생산의 대부분은 자가 수요를 충당하는데 있고 나머지는 지인들과 나눈다.

따라서 단일 품목을 다량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가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니 특정 작물에 대한 전문성 보다는 여러 작물에 대한 다양한 농사 지식이 필요하다.

농법도 생산량에 따라 달라진다.

소량 생산은 다량생산의 경제성을 따를 수가 없다.

좁은 농토에서는 기계화 하기 보다는 손으로 해결하는 농법이 더 현실적이다.

반대로 제초제나 농약, 화학비료가 아니면 대량 생산이 어려운 관행농법을 답습하지 않고 유기농과

유사한 친환경 농법이 가능한 것도 전원농가의 잇점이다.

마찬가지로 유기농으로 대량 생산을 하려면 화학비료나 농약 대신 천연 자재를 다량으로 확보하고

자기가 직접 제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넓지도 않은 밭에 다량의 유기농 자재를 만들어 투입하는 것은 도끼로 벼룩 잡는 격이다.

할 수만 있다면 자기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재로 천연농약과 비료를 만들면 얼마나 편하겠는가?

전원농가의 궁극적인 생산 목표는 건강한 먹거리를 가장 경제적이며 손쉽게 생산하는 것이다.

당장의 소득과는 상관없이 자체 소비를 충당하는 것만도 고마운 일이다.

그렇다고 무한정 소득과 무관한 농사만 짓는다는 전제는 아니다.

귀농처럼 소득 활동이 절박하지 않을 뿐이지 장기간 여유를 가지고

소득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입장에 있는 것이 바로 전원농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전원 농가는 농삿꾼 시각으로 보면 프로급으로 쳐주지 않는 아마추어 농삿꾼이지만

농사와 무관한 귀촌도 아니기 때문에 농삿꾼 못지 않은 농사 지식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아마추어라기 보다는 세미 프로에 가깝다.

어쩌면 귀농인의 시각으로 보면 소득에 얽매이지 않으니 팔자 좋은 전원생활자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단순히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멋진 전원주택에 정갈한 정원을 갖추는 전원생활자처럼

조경에나 신경을 쓸 처지가 아니다.

전원주택을 지을 때나 조경에도 농사를 고려하지 않으면 불편한 일들이 벌어진다.

마치 양복 정장을 하고 밭에 들어가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원농가의 조경은 전원주택의 조경과 다른 시각에서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농토와 정원을 한 묶음으로 서로 어울리는 조경이 자연스럽다.

정원 중심의 전원주택과 달리 밭이 정원의 한 부분이 되는 조경이 바로 전원농가의 또 다른 특징이 아닐까?

나의 경우 밭에서 나온 돌들로 탑을 쌓되 밭에 그늘이 지지 않는  코너 쪽이나

배수로 끝의 경계 표시로 이용한다.

대개는 돌탑을 끝까지 올리지만 나는 중간을 평평하게 상으로 만들어 실용적으로 사용한다.

밭에서 일하다 보면 갈증이 나기 때문에 물병을 가져 가는데 바로 그 돌상 위에 놓으면 편리하다.

농사에 도움이 되는 조경에 대해서는 내가 경험한 사례를 중심으로 따로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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