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사각지대
계단에 쓸 재료가 고민이었다.
돌로 하자니 혹시 낙상이라도 하면 크게 다칠것 같았고 철도 침목은 공해 물질이라니 께름직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계단에 까지 데크용 방부목을 쓰자니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달리 뾰족한 대안이 없어 철도 침목으로 계단을 만들었다.
그러나 철도 침목은 넓은 것이라도 폭에 한계가 있어 계단 사이에 틈새가 났다.
나무 계단의 폭이 좁은데다 높이가 꽤 되면 계단 오르내리기가 위험하다.
더구나 잔디까지 계단 틈새에서 자라면 발디디는데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물기가 있는 풀을 밟으면 자칫 미끄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주들이라도 와서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신경이 곤두서고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데크용 방무목으로 계단을 만든다면 계단의 폭도 넓힐 수 있고 만일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중간중간에
넓은 계단을 덧댈 수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계단 사이의 틈새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층계 아래에 까지 외등이 비치지 않아 밤에는 랜턴을 켜서 계단을 비춰야 한다.
계단의 경사 각도가 완만하지 못한 탓에 집 추녀에 달린 외등 빛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생긴 것이다.
방문객들이 밤 늦게 돌아갈 때마다 후회가 막심하다.
계단의 경사를 완만하게 만들지 못하면 계단 밑에라도 외등을 세웠어야 했던 것이다.
또 뒷 창고로 들어오는 길의 포장도 석분으로 깔았더니 경사지라 비가 많이 오면 쓸려 내려 왔다.
몇 차례 석분을 끌어 올려 다시 깔아주었지만 결국은 큰 비에 유실된 곳이 많았다.
하는 수 없이 맨땅이 속살을 내보인채 방치한 상태가 되었다.
아예 처음부터 기초 공사를 할 때 마당과 진입로에 시멘트 포장을 했으면 하는 후회가 들었다.
즉 경사지 길에는 결코 석분이 견디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집의 위치가 평지인지 진입하는 도로가 경사지인지에 따라 포장재를 택해야 하는 것이다.
황토방을 갖는 것은 전원생활의 감초처럼 집착을 하게 된다.
창고에 잇대어 황토방을 하나 만들고 부엌에 아궁이를 냈다.
콩을 삶아 메주를 쑤기 위해서도 꼭 필요했다.
그런데 여름에 비만 조금 많이 오면 부엌에 물이 차오르는 것이다.
아무리 건축업자가 창고 주변에 방수 처리를 해도 전혀 원인을 알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여름에는 방치했다가 가을에 아궁이를 사용할 때 물 퍼내는 작업을 연례 행사로 한다.
한편 산과 인접한 곳은 언제라도 산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더구나 가파른 경사지라면 큰 비에 견디기 힘들다.
축대를 쌓아야 할 곳을 간과했다가 작년 폭우에 토사가 밀려 내려와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부라부랴 모래 주머니로 토사를 막았지만 임시 방편이 아닐 수 없다.
모두가 집을 지을 때 처음부터 단단히 예방조치를 했어야 할 것들이다.
뒤에 할려면 경비도 부담이지만 공사 자체가 어렵게 되어 여간 성가시지 않다.
따라서 집 짓는 공사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실제 거주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불편을 사전에 예방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눈에 잘 띄지 않거나 사소한 것들에 대한 꼼꼼한 대비가 집을 짓고 난 후에 나타나는 불편과 낭비를 막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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