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퇴 후 제 2의 인생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고령화 시대를 맞으면서 노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지는 모두에게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비단 경제적인 노후 대책 뿐 아니라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귀농이나 귀촌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즉 단순히 전원생활에 그치지 않고 생산적인 활동을 원하는 전원농가들이 늘어가는 추세이다.
전원생활만으로는 무료하기 짝이 없을 뿐 아니라 실제로 농촌에 정착하기도 어려운데 그 원인이 있다.
나 역시 은퇴 후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전원생활을 시작한지도 벌써 7년차로 접어들고 있다.
그간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생동감으로 충만했다.
숨이 턱에 차서 단 5분의 괭이질도 못했던 체력이 이제는 몇 시간을 버틸 만큼 강하게 변했다.
영농 교육을 받으며 새로 얻는 지식과 정보를 실제 농사에 적용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느낀 것은 전원농가에 맞는 지침서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귀촌하기 전에 읽은 책들이 적지 않은 도움을 줬지만 현실에서는 늘 허둥대기 일쑤였다.
대부분 자료들이 소득을 전제로 하는 귀농이나 아니면 낭만적인 전원생활을 그리는데 그쳤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개되는 농사 관련 정보는 대개가 관행농법을 전제로 한다.
요즘 확산되고 있는 자연 농법이나 유기농도 시장 판매를 위한 대량 생산체제에 촛점을 맞춘다.
모두가 소득을 전제로 귀농하는 경우에 걸맞는 농법이다.
당연히 다량의 농자재 투입과 고된 노동이 따라야 한다.
그런데 시장 판매가 목적이 아닌 전원농가 마져도 같은 농법을 답습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그런 농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간편한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나는 전원농가에 가장 어울리는 농사 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우선 고추의 방아다리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단계에서 난해한 농법부터 도전할 필요는 없다.
작물이 어떻게 자라는지를 이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농사와 친해지게 마련이다.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방법에는 유기농 만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전원농가의 경우에는 유기농을 모방하려다가 기가 질려서 농사 자체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유기농에 쓰이는 천연 농약과 비료 등이 아직은 관행농에 비해 비쌀 뿐 아니라 자체 제조를 하려면
자재 원료를 구하기도 쉽지 않고 만들기도 번잡하여 실제로는 매우 불편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량 생산을 하는 귀농인들은 당연히 감당해야할 부담이고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자가 수요를 충당하는 전원농가에게는 선뜻 당기는 농법이 아니다.
그렇다고 농약과 제초제를 써야 하는 관행농을 답습하려는 전원농가도 별로 없을 것이다.
결국 전원농가는 유기농과 관행농의 장점을 살리는 간편한 친환경농사법을 찾아 내야 한다.
나는 이 틈새 농법을 <뱁새 농법>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황새를 따라 가지 말고 뱁새 수준에서 만족하자는 의미에서다.
이 책은 그런 동기에서 쓰여졌다.
농사에 있어서 시행착오는 한 해 농사를 망치는 것을 뜻한다.
일년에 한번의 기회 밖에 없는 농사를 처음부터 망치고 보면 힘이 빠진다.
쓸데없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는 무엇보다도 선험 농가의 알기 쉬운 오리엔테이션이 효과적이다.
특히 농가 스스로 작물별 매뉴얼을 작성하고 월별 농사 메모를 하다 보면 농사에 재미가 붙는다.
무엇보다도 농사가 재미있어야 전원 생활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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