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수도권에서 도농(都農)간의 격차는 없다.
예전에는 시골에 살면 불편한 것이 많았다.
특히 의료 서비스의 질이 크게 떨어져서 병치레가 잦은 노인들에게 불안감을 줬다.나 역시 가장 걱정했던 것이 병원 시설이나 의사 수준이 도시에 비해 떨어지지 않을 까 하는 점이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의사 친구들 덕분에 지금까지 안심하고 병원을 다녔는데 전혀 알지도 못하는 의사에게
내 건강을 맡기기가 찝찝했던 것이다.
특히 온갖 시설이 갖춰진 대형 병원들이 도시 곳곳에 널려 있으니 의료 환경이야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러나 어쩌랴 멀리 서울까지 진료를 받는 것을 단념하고 시골 의사를 찾아야 하는 것을 ...!
전원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도시에서 미리 파상풍 예방 접종을 하고 이사를 했다.
만에 하나를 대비하라는 의사의 권고 때문이었다.
전원생활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정기적으로 읍내의 보건의료원에서 진료를 받는다.
60 세 이상이면 무료로 독감 예방 주사도 우선적으로 쉽게 맞는다.
추가로 유행성 출혈열과 같은 농촌형 전염병에 대한 예방 주사는 따로 접종을 한다.
특히 귀촌하던 첫 해 무리한 노동과 체중 감소로 체력이 크게 손상되었을 때였다.
보건 의료원의 한방 보건의에게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으면서 나는 그 의사에게 크게 감동했다.
진지하고 탐구적인 자세로 환자 개개인을 성실하게 보살피고 있었고 약재 역시 자신이 직접 산지에서
고르고 확인하면서 최상의 약효를 얻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사를 신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그 의사를 현대판 허준이라고 칭찬했다.
나중에 그는 또 다른 숨은 원로 한의사를 찾아 수련을 거친 후 지금은 서울에서 개업을 했다.
그런데 우리 지역의 환자들이 먼 거리를 마다 않고 그 병원을 찾고 있다.
서울에 있는 우리 친족들도 역시 단골이 되어 그의 처방을 받는다. 우리가 그를 신뢰하여 소개한 때문이다.
그 의사를 만난 것은 시골에서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불신을 씻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결국 치과에 대한 결단도 그의 덕분이었다.
특히 치과는 잘못하면 여간 골치덩이가 아니다.
그래서 멀어도 서울에 있는 친구 의사에게 의지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한 편으로 시골 치과를 시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 치과도 과거 의료원에 복무하다가 눌러 앉은 의사였다.
쉽지 않은 치료 부위였는데 아주 신중하면서도 환자 위주의 치료를 하여 불신을 불식시켜 주었다.
그 정도라면 굳이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내 치아 치료는 충분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머지 큰 병이 생긴다면 머지 않은 대도시의 종합병원을 찾으면 될 것이었다.
요즘 우리나라는 사실 시골 보건의료원이라고 시설이 크게 낙후되거나 이용하는데 어떤 불편도 없다.
기다리거나 복잡한 교통 문제가 없어 오히려 시골이 편리하다.
전기나 물 걱정을 하던 시대도 갔다.
식수에 문제가 생겨 신고하면 급수차가 곧장 달려온다.
문명의 이기도 시골이라고 빠지지 않는다. 인터넷도 광케이블로 들어 온다. TV 시청이 안되는 곳이 없다.
읍내만 가도 있을 만한 것은 다 있다. 도서관 시설도 훌륭하다.
심지어 농업기술센터에서 악기 연주 그룹을 지도할 정도다.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문화교실도 시간만 있으면 얼마든지 다닐 수 있다.
보건 의료원에서 운영하는 소독차가 여름이면 주기적으로 마을을 도는데 골짜기 홀로 있는
우리집 마당까지 와서 소독약을 뿌려주고 간다.
시장 보기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읍내에 마트가 없는 곳이 있던가?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5일 장까지 서서 눈요기도 하고 농축산물도 싸게 살 수 있다.
단언컨대 요즘의 우리나라는 도시와 농촌간의 삶의 질이 크게 다르지 않다.
어쩌면 오히려 도시보다 농촌이 더 살기 좋은 곳이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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