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비로 참외밭이 엉망이다.
참외를 파는 농가들의 처지는 너무 안타깝다.
우리 밭에 있는 참외는 어쩌다 아들네 가족들이 방문했을 때
제대로 한 번 맛을 보여주고는 더 이상 진전이 없다.
기껏해야 탄저병으로 만신창이가 된 녀석들이 눈에 띈다.
그나마 상태가 괜찮으면 우리가 먹고 칼을 대기도 짜증이 날 정도는 아예 닭에게 준다.
폭우로 가지가 찢어진 복숭아 나무에 아직 덜 익은 열매가 아깝다.
망서리다가 시식을 하기로 했다.
풋내가 나기는 해도 달콤한 복숭아 특유의 향미가 혀를 자극한다.
비가 너무 오면 토마토도 열과가 많다.
대부분 버리지만 그래도 건질 만한 것들은 우리 식탁에 오른다.
농사 체험을 한다고 찾아 온 친구들이 수박을 들고 왔다.
그러고 보니 식후 디젓트에 여러 과일이 등장하게 되었다.
친구들 부부는 고추가 탄저에 상처를 입어도 귀하게 거둔다.
지금은 홍고추 만드느라 아삭이 빼고는 청고추 구경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쉽게 살 수도 없다 보니 귀한 대접을 받는다.
작년에는 이웃한 깨밭에서 깻대를 얻어 태우려다 자꾸 깨가 쏟아진다고
안식구는 한 번 더 털어 보잔다.
덕분에 참깨가 두 되나 거저 생긴 적이 있다.
동네에서 오이를 심은 뒷 끝에는 상품가치가 없는 노각들이 그냥 매달려 있다.
별로 재미도 못 본 주인이 이웃들에게 필요하면 따가라고 한다.
금년은 잦은 비로 농사를 망친 농가가 많을 것이다.
그래도 농촌에 살면 찌끄래기라도 얻어 먹으니 도시 보다야 먹거리 형편이 낫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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