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탄저병을 막기 위한 간이 비가림 실험은 2년에 걸쳐 진행되었다.
첫 해는 짧은 이랑에 설치했기 때문에 비 바람에도 그런대로 버텨 주었다.
그러나 금년에는 본격적으로 적용을 했더니 강한 비 바람에 대부분 망가지고 말았다.
비닐을 그대로 둘 수 없어 철거하려니 그 뒷처리도 만만치가 않았다.
누가 보면 사서 고생을 한다고 비웃을 것이다.
그래도 내년까지는 비가림 시설에 도전할 계획이다.
탄저병 예방은 비가림 이상 다른 방법은 효과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요즘은 감자를 심었던 밭에 시래기 무를 파종하려고 정리중이다.
그런데 밭 고랑에 깔았던 신문지 위의 돌들을 다시 꺼내느라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빗물이 고랑을 덮으며 신문지는 흙속에 파묻히고 돌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멀칭 효과는 도루목이고 돌들을 꺼내느라 고생만 한 꼴이다.
고랑에 부직포를 깔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신문지로 멀칭을 하면
다시 걷을 일도 없고 친환경적이라는 말을 듣고 달라들었다.
신문지를 다섯겹이나 깔고 일일이 호치기스로 신문지를 잇는 일도 만만치 않았고
바람에 신문지가 날라가는 것을 막겠다고 돌들을 얹어 놓았던 것이다.
두 번 다시 할 일이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다.
농사 카페에서는 서로의 경험을 교환하고 농사정보를 공유한다.
그러나 개중에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자기 만의 실험을 거침없이 자랑하는 경우가 있다.
자기 만의 시행착오로 끝나지 않고 타인들까지 같은 고생을 시키는 셈이다.
시행착오는 작업 과정에서의 수고에 그치지 않는다.
뒷처리가 여간 고역이 아닐 경우가 많다.
어디 그 뿐인가, 비용 또한 만만치가 않고 잘못하면 그 해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농사 정보라고 무조건 따라 할 일이 아니다.
그래도 실험을 해보려면 작은 범위에서 해보고 점차 늘려 볼 필요가 있다.
제조업에서 파일럿 플랜트로 실험을 하듯 농사도 같은 공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량 생산에서는 또 다른 시행착오를 겪는 것처럼 농사도 그렇다.
그래서 텃밭 농법과 대단위 농사의 방법이 달라야 하는 것이다.
텃밭 농법에서나 통할 방법을 대량 재배에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대량 재배 방식을 텃밭에서도 고집하다보면 발전이 없다.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는 영농 설계부터 달라야 한다.
그간 시행착오를 일일이 열거하기도 부끄럽다.
그러나 그 시행착오로 건진 농법상의 노하우도 적지 않다.
수 많은 수고의 댓가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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