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철이 시작되니 찾아오는 지인들도 늘었다.
대부분 야콘이나 토란, 도라지, 돔부콩, 풋고추나 고춧잎 등을 얻어 간다.
그 중 가장 인기있는 것이 야콘과 토란, 도라지인데
순위로 치면 도라지가 아마 으뜸인 듯싶다.
도라지 중에는 3년차 되는 녀석도 있고 2년 짜리도 있다.
금년에 파종했던 녀석들은 가급적 다시 묻어주었다.
같은 나이에도 어떤 녀석은 엄청 크다.
안식구 친구들이 여덟 명이나 한꺼번에 들이닥쳐 하룻 밤을 묵고 가면서
캐논 도라지를 공평하게 나누라고 했더니 서로 분배권을 주장하였다.
알고보니 그 중 제일 큰 녀석에 대한 쟁탈전이 벌어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로또 당첨되듯이 왕도라지의 소유권이 결판났다.
대체로 우리 밭 도라지는 모양이 굵고 인삼처럼 생겼다.
향은 또 어떤가!
부엽토가 많은 땅인데다 화학비료나 제초제를 일체 쓰지 않으니 거의 야생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향이 코를 찌른다.
나물로 무치니 입안에 쌉쌀한 향과 함께 연한 육질이 아삭거린다.
아주 쥑인다고 난리다.
처형은 기관지가 약해 기침이 잦다.
도라지를 대추와 다려 차로 마시니 기침이 멎었다고 신기하단다.
이래저래 도라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어제는 고등학교 동기생 부부와 그 친구의 친구 가족까지 내방을 했다.
작년에는 도라지가 없었는데 금년에는 도라지가 추가되었다고 아주 좋아한다.
점심 상에 오른 도라지 나물이 두 접시나 동이 났다.
딸기 바구니 하나씩 만 캐가라고 단단히 일렀다.
아쉽지만 다른 사람들 몫도 남겨야 하니 도라지에 대한 욕심은 포기했다.
대신 토란을 더 달란다.
알토란의 크기가 여러 가지이다.
두둑을 넓고 높게 만든 곳에는 대부분 알토란이 크고 많았다.
그러나 평지에 심은 것들은 외화내빈이다.
거기다 우리 집 토란은 아리지가 않다.
국을 끓이면 알토란이 푸근푸근하다.
나는 귀족 토란이라고 이름을 붙여 주었다.
우리 동네에서는 토란이나 도라지, 야콘을 대대적으로 심지는 않는다.
뿌리식물을 심기에는 밭에 돌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자기 먹을 분량이나 조금 씩 심어 먹는다.
농업기술센타에서 주관하는 년말 장터에서도 도라지는 그래서 공급이 딸린단다.
우리 밭은 지난 3년 내내 돌을 골라내었으니 이제 뿌리 식물이 자리가 잡혀가는 것이다.
그래서 내년에는 도라지를 더 늘릴 예정이다.
아예 뿌리 식물 위주로 영농계획을 세울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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