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전원 일기

콩 타작

예농 2009. 10. 26. 19:18

 

 

고라니에 시달리다 못해 한냉사를 씌워 키웠던 메주콩을 거두니 감개가 무량하다.

서리태를 먼저 심었다가 얼마나 고라니에 시달렸는지 모른다.

그래서 메주콩은 아예 활대를 꽂고 한냉사를 씌워 순지르기 할 때까지 키웠다.

그리고 한냉사를 벗기니 고라니 녀석들도 별 수가 없었는지 아예 순지르기도 나한테 맡겼다.

아마 활대가 금속이기 때문에 접근했다가 질겁을 한 모양이다.

 

그렇게 키웠던 메주콩을 수확할 때가 왔다.

동네 농부가 한 수 일러준다.

콩대를 낫으로 베려면 콩대를 왼손으로 꺾은 다음 낫으로 베면 쉽단다.

가르쳐 준대로 하니 바짝 마른 콩대는 아예 베기 전에 쉽게 부러지기도 한다.

 

그리고 며칠 말린 다음 오늘 드디어 타작을 하기로 하였다.

안식구와 나는 묵직한 몽둥이를 하나씩 들고 앉아 콩대 하나 씩을 들고 두들기기 시작하였다.

많기나 해야 도리깨질이라도 하련만

세 두둑을 수확했으니 원시적인 방법으로 타작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콩이 잘 털리지 않는다.

그래서 아예 일일이 손으로 까다시피 하고 있었다.

 

이 때 아랫집 할머니가 지나가면서 또 한 수 일러준다.

가는 막대기로 패라고....!

아차! 도리깨 발도 가느다랐다는 것을 깜박 잊었구나!

재빨리 가느다란 막대기를 구해 콩깍지를 두드리니 금방 열려라 참깨가 되는 것이 아닌가?!

햐~아! 요렇게 신기할 수가?

 

그리고 아침보다는 오후가 타작하는데 좋단다.

아침에는 이슬이 덜 말라 콩깍지가 잘 터지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에 역행해서 좋을게 무엔가?

그래, 오후에 털어보자!

역시 그랬다.

 

노하우가 달리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를 배워야 농사도 쉬워진다.

아주 하찮은 것이라도 콩대를 베야 할 때나 타작할 때

이렇게 간단한 묘수를 배우니 얼마나 능율이 오르는지를 체험한 셈이다.

 

금년 콩농사가 그리 만족할 정도는 아닌 듯싶지만 자급자족은 된다니 감사할 뿐이다.

더구나 소중한 노하우도 배웠으니 더 이상 무슨 소득을 바랄까?!

 

 

 

 

'전원생활 > 전원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콘을 심었는데 고기를 거뒀네.  (0) 2009.11.24
합동 김장  (0) 2009.11.15
도라지와 토란  (0) 2009.10.25
뜨내기 작물  (0) 2009.09.28
참깨 수확을 마치고  (0) 2009.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