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7일 찍어 논 참깨 밭의 모습이다.
힘차게 싹이 돋더니 끝까지 생육 상태가 우량아였다.
고라니가 뛰어 놀기 때문에 묘가 상할까 걱정되어 사방으로 줄을 매두었다.
나중에 보니 묘가 쓰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었다.
처음 참깨를 파종할 때는 안식구에게 잔소리 깨나 했었다.
어지간한 것은 사다 먹으면 될 것을 오만 잡것을 다 심자는데 짜증이 났기 때문이다.
성격상 그냥 넘어갈 수가 없으니 이런 저런 자료를 검색하며 소위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러니 한 가지 작목이 늘어나면 내 머리가 그 만큼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작물 중 참깨가 가장 효용성이 높다는 데야 어찌겠나!
다행히 참깨가 재배 중 고생은 고추보다 훨씬 덜하였다.
노린재 피해가 있다지만 주변에 부비트랩도 세우고 가까운 곳에 녹두를 심어 유인하니
굳이 농약까지 살포하지 않아도 되었다.
다만 처음 파종할 때 쉽게 땅에 붙이지 못하거나 싹의 생장점을 잘라 먹는 해충이 문제였다.
결국 파종상에 별도로 참깨를 부어 결주를 보충하고
토양 살충제를 파종 직후 뿌려 해충의 공격을 막을 수 밖에 없었다.
기비로는 화학비료 없이 퇴비만 두텁게 넣었다.
그런데도 묘가 다른 참깨밭 보다 우량아로 나온 것은
토심이 그들 밭에 비해 깊어 뿌리의 발육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동네는 대부분이 돌밭이어서 뿌리 식물을 심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다.
그런데 뿌리 식물이 아니더라도 뿌리의 발육이 나쁘면 생장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지난 3년을 밭에서 돌을 캐는데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그런지 금년의 우리 밭 작황은 다른 밭에 비해 모두 양호하다.
참깨를 본 동네 분들이 모두 감탄을 한다.
수확 무렵 다 자란 참깨의 크기가 나보다 큰 것이 많았다.
덕분에 팔을 올려야 순지르기를 할 수 있으니 순지르기가 고생이었다.
제일 밑의 두개 꼬투리가 익어 터지기 직전에 수확하라는 교과서 대로
낫으로 꼬투리 바로 밑 부분을 자르고 작은 묶음으로 단을 만든 다음
세 개의 단을 한 그룹으로 세운다.
비가 오면 투명 비닐이나 가빠를 씌워 놓고 맑은 날에는 볕에 말려
세 번에 걸쳐 몽둥이로 단을 두드려 털었다.
카페에서 배운대로 단을 묶기 전에 잎을 모두 딴 것이
지저분한 찌꺼기를 처리하는데 아주 간편하다.
어차피 잎은 말라 가루가 되니 나중에 선별작업할 때 바람에 날리면 되지 싶었는데
선풍기나 자연 바람에 날리다 보면 낙엽 찌꺼기가 적을 수록 작업이 편했다.
수확을 마치고 보니 작은 일곱 이랑에 참깨를 심어 자급자족하고도 남을 듯하다.
안식구는 들깨와 함께 기름을 짜겠단다.
양념으로 쓸 용도는 여러 집에 돌려질 모양이다.
농사를 지을 때는 뼈빠지게 고생하니 " 누구 아가리에 넣으려고 이 고생인가?!"
볼멘 소리를 하다가도
나눌 때가 되면 언제 그랬느냐 싶게 푸져지는게 알 수 없는 농심이다.
참깨 수확 후에도 내가 할 작업은 남았다.
참깨 단을 따로 모아 황토 방 아궁이에 넣을 준비를 한다.
재를 다시 밭에 넣기 위해서다.
꼬투리는 따로 모아 둔다.
콩꼬투리와 함께 역시 뿌리 식물을 심을 곳에 넣으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주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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