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 쪽에 서있는 돼지풀들은 배수로와 도로변을 따라 줄지어 담장을 이루고 있다.
아마 마지막으로 잘릴 잡초일게다.
농로 맞은 편의 논에서 수확이 끝나면 이 잡초들도 마지막 소임을 다하고 베어진다.
잡초지만 방풍림 역활을 하여 제초제나 농약이 바람 타고 날아 오는 것을 막아주었다.
그런데 어찌 전쟁의 대상이 되어야 할까?
고마운 키다리 잡초들을 수확할라치면 한껏 칭찬을 해준다.
그리고 내년에도 또 만나기를 기약하며 바로 그 자리에 눕혀준다.
더구나 그 옆에는 미래의 생울타리가 될 개나리가 있으니 가재 잡고 또랑치기다.
풀을 거둘 때도 다양한 선택이 있다.
뿌리까지 뽑아야 할 대상과 예초기로 베기만 할 것들,
베더라도 낫이 동원되어야 하는 것들이다.
작물을 심은 이랑이나 작물이 없이 자주 통행이 필요한 곳은 풀이 없어야 좋다.
이런 곳은 비닐 멀칭을 하고 길에는 아예 보온 덮개나 부직포를 깔거나 뿌리째 풀을 뽑는다.
그리고 이 풀들은 퇴비장으로 간다.
건초를 만드는 것이다.
음식쓰레기와 함께 말렸다가 겨울이나 이른 봄에 밭에서 태운다.
유식하게 말하면 초목회를 만들어 밭에 뿌리려는 것이다.
유실수 부근의 땅은 잡초가 있어야 좋단다.
그래서 뿌리째 뽑기 보다는 예초기로 깎아준다.
그러면 밟고 다니기도 쿳숀이 있어 좋다.
물론 깎여진 풀 조각들은 땅으로 돌아가 비옥하게 만든다.
그러나 나무 부근이나 예초기를 사용하기 어려운 곳은 당연히 낫이 동원된다.
대부분 이 풀은 나무 밑둥에 덮여진다.
그러면 한 동안 나무 밑에는 잡초가 나오지 못한다.
또, 잡초가 썩어 거름이 될 것은 자명하다.
경사지의 잡초들이나 고랑의 풀들을 수확할 때도 이용가치를 염두에 둔다.
건초를 만들어 어디에 쓸 것인지를 미리 정하는 것이다.
당연히 밭 주변의 빈터가 되기 십상인데 대개는 그 곳에도 잡초가 있게 마련이다.
이 때 수확한 잡초를 두어야할 곳의 잡초 위에 쌓으면 일석이조가 된다.
소위 이이제이(以夷制夷)전략이다.
무거운 잡초가 쌓이면 밑에 깔린 잡초는 햇빛을 보지 못해 죽게 된다.
일손을 덜게 되는 것이다.
오늘은 오전 내내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길목의 도로변에 나있는 잡초들을 수확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자동차 통행이 불편할 정도로 잡초들이 도로변에 누워있었기 때문이다.
꽤 먼 거리에 걸쳐 잡초들이 어지럽게 자빠져 있었다.
중간에 사는 사람들이 떠난 후 도로변을 챙길 사람들이 없으니 잡초도 내 몫이 되었다.
손수레 가득 수십 차례 잡초를 옮기며 자위하기를 공짜로 많이 수확했으니 횡재한 것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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