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꽃과 나무에 가려있다.
대문 앞 입구에 들어서면
양쪽으로 코스모스가 사열을 하고 있다.
노란 코스모스는 조금 늦게 피어 사열대에 등장했다.
더 많은 녀석들이 올라오면
왼쪽의 다른 코스모스 사이에도 노란 색들이 눈에 띌 것이다.
대문 앞 길과 밭 둑 사이에 있는 경사지에는
꽃백일홍과 천인국을 심고
길 가 배수로 옆 돌 화분에는
메리골드 등이 삭막한 시멘트 길을 예쁘게 장식하고 있다.
반대편 길 모서리에서 대문 쪽으로
밭 둑 경사지 꽃들의 모습이다.
돌 틈으로 세상에 나온 자주색 차조기 잎도
무슨 꽃처럼 제일 앞에 버티고 서 있다.
똘씨라도 주변에 어울리는 식물은 뽑지 않는다.
밭과 오른 쪽 배수로에 난 잡초 사이에는 이동통로가 있다.
좁은 길이지만 밭 경계를 따라
메리골드가 탐스럽게 소복히 꽃을 피우고 있다.
메리골드는 이 곳 고추밭 두둑을 따라서도 피어있다.
메리골드의 사명은 해충을 쫓는 역활이기 때문이다.
친환경 농업에서는 필수적으로 등장한다.
꽃 길은 농부에게 피로를 씻어주는 고마운 녀석이다.
오늘도 여러 일들을 하며 이 꽃 길을 오갔다.
토요일에는
고추, 가지, 오이, 토마토, 참외, 수박, 호박 등의 고랑마다
여러 액비를 섞어 관주한다.
일일이 조루에 담아 나르려니
팔이 아프고 이마에 땀이 비오듯 한다.
콩밭에는 안식구가 복합비료를 조금씩 추비로 주었다.
꽃이 달릴 때 쯤이면 콩도 많은 질소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교육을 받은 덕분이다.
안식구의 작업이 끝난 다음에는
콩 잎에 붙은 진딧물이나 해충을 방제하려고
난황유에 식초를 섞어 뿌려 주었다.
하우스 안에 있는 밭은 곧 태양초 만드는 공간으로 써야 한다.
7월 초에 감자를 수확하고 비워 두었는데
고추를 말린 다음에는 딸기를 심을 것이다.
그래서 아예 미리 땅 소독도 하기로 하였다.
쓰고 남은 볏짚을 잘게 썰어 밭에 넣고 평탄작업을 한 다음
흠뻑 물을 적신 후 투명 비닐을 깔아 덮는 작업이다.
약 1개월 동안 뜨겁게 태양열로 땅 속을 소독한다.
물론 그 동안 그 위에 고추 말리기 용도로 쓰일 것이다.
참외도 수확하고 애호박도 딴다.
오후에는 참깨 순도 적심하였다.
첫 꽃이 핀 후 35일 정도 지나면
적심을 하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처음 해보는 참깨 농사인지라
그 이유도 잘 모르면서 가위를 들고 나섰다.
제일 먼저 달린 깨 열매와
나중에 달리는 열매와의 숙기가 다르기 때문이라는데
막상 적심하려니 어디까지 잘라내야 하는지 당황하게 된다.
더구나 어떤 것은 스스로 성장을 멈추고
깨 열매가 고루 매달려 있다.
키가 큰 녀석은 내 키보다 훨씬 크다.
바로 이 녀석들이 달고 있는 꼬투리가 아직도 꽃을 여러 개 달고 있어
제일 아래 달린 열매가 익기 시작하면 시차가 많이 발생할 우려가 있었다.
우선은 요 녀석들을 꽃과 함께 잘라 주었다.
한 동안 뜸하던 고라니 녀석이 팥 밭을 넘본 흔적이 보였다.
잎이 나오기 바쁘게 잘라 먹어 줄을 둘러쳤는데
약간 헤성한 곳으로 머리를 디밀고 또 잘라 먹은 것이다.
꽃피는 시기에 자칫 헛 농사가 될 우려가 있으니
보강 줄을 하나 더 매어 주었다.
하루 종일 이 밭에서 저 밭으로 옮겨 다니다 보면
꽃 길 가운데서 향내를 맡으며 피로를 잊는다.
오늘도 저녁 무렵 소나기가 잠시 쏟아지는 때를 맞아서야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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