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토종벌

[스크랩] 믿거나 말거나/ 토종꿀벌 이야기(3) -일벌

예농 2009. 3. 26. 22:41

lone 은 동식물의 사육재배를 좋아합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직장의 관사에서 혼자 사는 lone.

현관 바닥에는 부상당한 조롱이가 혼자서 재활준비,

 

현관 앞 화단가에는 고향집에서 옮겨온 토종벌 한통.

풀벌레소리 그윽한 가을밤 꿀벌의 세계로 빠져봅니다.

 

1. 철저히 분업화된 일벌의 세계

 

흔히들 말하길 개미나 꿀벌을 사회생활을 하는 동물이라하죠.

집단 생활을 한다는 점에서 그렇고,

분업에 따른 역할분담 활동이 철저하기에 그런듯 합니다. 

 

토종 꿀벌도 다른 꿀벌처럼 1개의 집단내에

1 마리의 여왕벌과 2만마리 내외의 일벌,

그리고 수십에서 수천 마리의 수펄 등 3종으로 집단을 이룹니다.

 

일벌들은 보온, 육아, 청소, 집짓기, 정리정돈, 경비, 먹이조달 등

생존에 필요한 일들을 본능에 따라 역할을 분담합니다.

 

* 일벌의 탄생

일벌은 교미한 여왕벌이 6각통 모양의 벌집에 수정란을 배란

수정란이 3일쯤 경과하면 애벌레 그후 9일쯤 자라면 번데기

번데기에서 9일쯤 지나면 일벌이 되어 벌집에서 나옵니다.

 

*처음 일주일은 먹는일과 청소

이렇게 태어난 일벌의 일주일은 꿀을 먹으며

간단한 청소(자기가 태어난곳의)가 전부인듯합니다.

태어날 때 온전하지 못하다면 스스로 벌통 밖으로 나가 죽음을 택하죠.

 

* 둘째주-벌통내의 주역 

 둘째주부터는 집단적으로 밖에나와 비행 연습을 합니다.

 처음엔 제 벌통 주변을 비행하며 위치를 익히고

 다음날엔 좀더 먼곳 까지 비행하며, 제집을 찾아오는 연습.

 이 때, 날지 못하는 벌들은 죽음을 택합니다.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것을 다시 넣어주어도 다시 기어나와

벌통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기어가서 최후를 맞습니다.

 

 비행연습에 성공하면, 본격적인 내부활동

산란하는 여왕벌을 격려하며, 로얄제리 제공,

밀을 분비하여 정교한 모양의 벌집 짓기와 수선하기

꿀과 꽃가루를 혼합 때론 로얄제리도 혼합하여 애벌레에게 제공

로얄제리 달라는 어린 수펄에게 로얄제리 제공

모아온 과당상태의 꿀을 말리고, 이동하고, 저장하고, 밀봉하고.

잘못 들어온 다른 일벌을 물고 늘어지며 벌통 밖으로 끌어내기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도록 발열, 또는 날개로 부채질

 

*셋째주-본격적인 야외활동

 꿀과 꽃가루를 모아오는 시기입니다.

우선 가까운 곳에서부터, 손쉬운 꽃가루 채취부터 시작

그담엔 꽃가루와 꿀을 동시에 채집하고 좀더 먼곳으로 나갑니다.

 일단 밖으로 나가면 비록 자기 가족이 아니어도  결코 싸우지 않습니다.

야외활동을 시작한지 2-4주후면 비행할 수 없게 되고

결국 야외에서 소리없이 최후를 맞습니다.

 

*일을 많이 할수록 수명단축

 봄과 가을철엔 꿀이 많은 계절입니다.

 이 때엔 여왕벌의 산란도 왕성하고 꿀도 많이 채집합니다.

 육아와 먹이채집에 혹사당하다 보면 야외활동 2주면 생을 마칩니다.

 

 그러나, 늦가을에 태어나서 조금씩 먹으며, 야외활동을 자제하면,

 무려 6개월 이상을 생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11월부터 3월까지 무밀기를 넘길수 있고,

 4월부터 시작되는 육아및 먹이수집 등에 필요한

 최소의 생존집단으로 종족을 유지하는데 필수집단입니다.

 

한편, 무더운 여름에 태어난 일벌들은 

일하기 싫어 벌통 바닥에서 우물쭈물하는 무리들

출입구쪽에 덩어리로 뭉쳐 게으름을 피우는 무리들

벌통의 빈공간에 피신하여 게으름을 피우는 무리들

이런 무리들은 오래 살 수 있습니다.

이렇게 태업을 하면 여왕벌도 산란이 줄어듭니다.

 

그대신  초가을이 되면 상황이 바뀝니다.

무더운 여름날 꿀을 찾아 헤매던 벌들은 야외에서 생을 마감하고

대신 게으름을 피우던 무리들이 주역이 됩니다.

날씨가 선선하니 뭉쳐살아야 보온이 되고,

겨울 먹이 저장을 위한 활동이 시작됩니다.

여왕벌도 산란이 활발해지고, 먹이만 축내는 수펄은 쫓겨납니다.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던 여름날의 태업은 

결코 인간의 태업과는 다릅니다.

가을 동안 분주한 노동의 결과로 새 일벌들이 태어나고,

들깨와 코스모스, 기타의 꽃에서 수집한 먹이들을 모아 놓고

여름날 태업의 주역들도 생을 마감합니다.

 

늦가을에 태어난 새 일벌들은 야외활동을 자제하면서,

벌집을 짓지도 않고, 로얄제리도 제공하지 않으며,

육아도 하지 않습니다. 최소한의 나들이와 먹이섭취로

집단의 생존을 위한 수명연장에 힘을 기울이죠.

여왕벌도 산란을 중지하며, 최대한으로 밀집하여 추위를 이겨냅니다.

 

반면에 꽃들이 만발한 봄날에도 게으름을 피우는 벌들,

태어난지 2주쯤 되는 가장 중요한 청년 벌들인데,

벌틀에 집단으로 빨래처럼 매달려 도무지 일을 하지 않습니다.

식구들은 많고, 밀원도 풍부하여 딴살림(분봉)을 꿈꾸는 벌들이죠.

 

벌은 벌통에 그득하지만, 일하는 무리는 줄어들고

태업에 동참하는 청년 벌들이 늘어나고, 여왕벌은 무관심대상,

로얄제리를 제공받지 못한 여왕벌은 무정란을 많이 산란합니다.

그래서 수펄의 수가 증가하면 일벌들은 여왕벌집을 만들어 놓죠.

대개 10개 내외를 벌틀의 맨아래나 양옆에 도토리 깍지 모양으로....

여왕벌은 기꺼이 이곳에 수정란을 산란합니다.

 

여왕벙집에서 부화한 애벌레는 로얄제리만을 먹고 자랍니다.

애벌레는 자라면서 고깔모양으로 아래를 향해 돌출되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로얄제리를 듬뿍 넣어준뒤 입구를 막아버립니다.

그후 9일쯤 지나 새로운 처녀 여왕벌이 태어나게 되지요.

 

새 처녀 여왕벌이 나오기 1-2일전,

어미여왕벌은  태업을 벌이던 절반 가까운 청년 일벌들과 함께

벌통 밖으로 나와 나뭇가지나 추녀 밑 등에 집단으로 뭉쳐 앉습니다.

5-6시간, 더길게는 하루정도 머물러 있게 되는데,

이 때 이 벌무리들을 벌틀이나, 밀집모자 안쪽에 꿀을 발라 가까이 대면,

서서히 옮겨오고, 이를 일정한 벌통에 넣으면 분봉이 끝납니다.

그러나, 발견 못한 벌들은 산속으로 날아가 

고목나무속이나, 바위틈에 살게되는데, 목청꿀, 석청꿀......

 

이상 일벌의 한살이를 중심으로 설명을 했는데요.

그외의 일들도 있습니다, 모두 일벌의 몫이죠.

 

벌통 입구에서 도둑벌이나 적을 식별하여 물리치는 헌병부대

말벌 등이 침범했을 때, 용감히 달려들어 떼죽음을 택하는 방어부대

늦가을 꿀을 뺏길까봐  벌통 앞만 지나가도 덤벼들어 쏘는 공격부대

제 벌통의 꿀이 부족하면 다른 벌통에 침입, 빼앗아오는 약탈부대

날개로 붕붕 멜로디를 내며 분위기를 조성하는 분위기맨.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밀원을 발견하고 돌아와 벌춤으로써

거리와 방향을 가르쳐주는 정보사냥부대 등.......

 

이렇게 일벌들은 거대한 집단을 이루어 살면서

철저한 역할분담과 생존을 위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한적한 시골이라면, 집집마다 한통정도의 토종벌을 키워본다면,

그들의 생활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죠.

병충해도 거의 없고, 인간의 무분별한 약탈만 없다면,

1년쯤 후에는 1리터 정도의 잉여 토종꿀이 제공됩니다.

 

1통속의 9개의 벌틀중 5개는 겨울 먹이로 남겨주고,

나머지 4개의 벌틀은 벌통속에 벌을 털어 넣어 빼곡히 살게한뒤,

원심분리기로 돌려 토종꿀을 빼낼 수 있습니다.

9개의 벌틀에서 5개로 좁혀졌으니, 벌들도 서로 밀착하여,

추운겨울을 이겨내죠. 친절한 주인의 덕택에......

벌통의 빈곳에 스티로폼이나 신문지를 규격에 맞게 끼워 넣으면,

토종꿀벌은 먹이가 있는한 겨울에 결코 얼어죽지 않습니다.        

출처 : 방포의 노을이 되어
글쓴이 : lone-guard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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