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국립공원의 남쪽 자락에 들어선 백양사는 백제 무왕 때 여환이 창건했다는 고찰이다.
가을 단풍은 물론 겨울 설경도 빼어난 백양사 매표소를 지난 곳에 왼 쪽 산마을로 들어가는
작은 길이 하나 뻗어있다.
한봉단지로 소문난 가인 마을이 바로 그곳에 오롯이 숨어있어 고찰 답사에 나선 이들의 발걸음을
기다린다.
백암산과 사자봉, 가인봉을 잇는 산줄기 밑에 들어선 가인 마을은 16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산다.
대부분이 토종벌을 치고 그 꿀을 받아 내서 외지인들에게 파는 것을 생업으로 하고 있다.
가인마을에서 토봉을 기르기 시작한 역사는 주민들도 잘 알지 못한다.
아마도 백양사 사하촌 구실을 했던 만큼 그 시원이 아주 오래됐을 것으로만 추정할 따름이다.
지금 와서도 가인 마을 토종꿀이 건강을 염려하는 도시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채집되고 있어서이다.
사방 십리 안쪽이 국립 공원 구역 안이라서 농사를 지을 수 없다 보니 농약 오염의 피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을 뒤켠 산자락에는 단풍나무며 참나무, 서어나무, 고로쇠나 무, 밤나무, 벚나무
등이 빽빽하게 자라고 대부분 수령이 30년을 넘어 토봉의 먹 이가 풍부하다.
벌들은 꽃에서 꿀을 따기도 하지만 오랜 수령을 자랑하는 나무들 의 수액도 빨아먹어 꿀의 질이 다른
지방보다는 우수한 편이라고 주민들은 자랑 한다.
토종꿀은 고혈압이나 저혈압 예방에 좋고 추위를 이겨내는데도 효과가 좋 다고 알려져 있다.
토종꿀은 11월부터 채취하고 이듬해 음력 4월부터 6월까지는 분봉 작업이 이뤄진다.
이때 벌집 1통당 1천마리 내외이던 벌은 수 만 마리로 불어난다.
한 집당 보유한 벌집 수는 대략 50통 정도이고 마을 전체를 합치면 7백통 가량 된다.
짚으로 덮은 벌통은 사진작가들에게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해서 가끔씩 카메라를 든 사 람들이 마을을
찾곤 한다.
벌통 위에 삿갓처럼 씌운 짚더미의 이름은 위를 뱅뱅 틀었다고 해서 유지뱅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차츰 짚 구하기가 어려워져 플라스틱으로 대치되기도 한다.
가인마을 주민들은 꿀을 백화점 같은 곳에 납품하지 않고 아는 사람들로부터 주문 을 받아 판매한다.
물량이 그리 많지 않은 탓이다. 벌통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다. 그러니 주민들이 1년에 버는 수입 또한 얼마 되지 않는다.
벌을 키워 한 가구당 얻는 연간 수입은 5백 50만 원 정도.
그외 고로쇠수액을 팔아 벌고 가을 단풍철에 민박손님을 받아 생계를 유지한다.
토종꿀의 값은 1되에 8만∼10만원 정도이고 택 배료는 주민들이 부담한다.
도시인들이 가면 벌통을 그대로 잘라 꿀을 내리는 과정을 구경할수도 있어 아이들 과 함께 가면
좋을 듯싶다.
꿀을 다 내린 뒤에 남는 밀납은 예전에는 초를 만드는 원료로 쓰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나무 밑에
묻어 거름으로 쓴다.
마을에서는 토종 꿀과 솔잎 가루를 혼합한 솔잎차를 특산물로 판매하기도 한다.
솔잎차는 말그대로 솔향기가 신선하게 전해져 머리가 맑아지고 피로가 싹 가시는 차이다.
벌처럼 부지런하고, 욕심없이 사는 가인마을 사람들. 그들에게 작은 꿈이 있다면 백양사 답사가
아니라 가인마을 방문만을 목적으로 온 외지인들에게 국립공원 입장료 부담을 주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IC - 1번 국도 - 약수삼거리에서 좌회전 - 백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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