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전원 일기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다.

예농 2006. 12. 12. 21:21

 

 일본 원숭이들이 온천욕을 하는 이미지 사진을 보니

오늘 물리치료실에서 한 족욕이 떠올랐습니다.

 

어제는 보건의료원에 있는 한방병원에서

침을 맞고 원적외선을 쪼이는 치료를 받았습니다.

시골이라 시설이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견이 사라지는 계기가 되었지요.

담당의사 역시 일산에서 출퇴근한다더군요.

오히려 제가 전에 다니던 서울의 한방 병원보다

훨씬 시설이 나아 보였습니다.

 

우선 주차부터 여유가 있습니다.

담당 의사도 훨씬 친절하게 꼼꼼히 문진을 합니다.

치료실도 깨끗하고 널찍합니다.

도시에서는 병원 가는 그 자체가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이곳은 환경 자체가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허리가 아프다니까 

우리 집 설계를 맡았던 건축사가 한 말이 문득 기억났습니다. 

연천역 앞에 물리치료실이 있는 병원에는

노인들이 심심하면 들려 치료를 받는다는 겁니다.

시골은 농사일로 허리나 어깨 등이 아픈 환자가 많아

물리치료가 인기라는군요. 

그래서 시설도 좋고 병원비도 저렴하다는 거지요.

생각난 김에 오늘은 병원 물리치료실을 찾기로 했습니다.

 

전문의 역시 서울 강남에서 소위 매스콤까지 탔던 분이라네요.

가정의학을 전공하셨다고 합니다.

역시 친절하게 나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식생활과 습관을 체크하면서 적절한 처방을 합니다.

 

어디 서울에서는 의사와 그렇게 장시간 상담할 수나 있는지요.

시골에 오게 된 배경은 잘 모르겠으나

포부를 갖고 시골에 온 지 채 2년이 되지 않았답니다.

아마 내가 전원생활하려는 목적과

비슷한 동기가 아닐까 짐작이 됩니다.

 

어쨋든 이제 시골은 과거의 시골이 아닌 듯 싶습니다.

과거에는 시골이 도시와 비교하여 의료 서어비스나

문화적 격차가 심했었지요.

그런데 요즘은 그 차이가 별로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더 나은 서어비스를 받게 된 셈입니다.

침대에 누워 여러가지 기구로 환부를 치료하고

전문 물리치료사가 직접 맛사지도 합니다. 

여자들은 둔부를 조여 주는 의자에 앉아 족욕도 합니다.

요실금에 효과가 있답니다.

덕분에 내가 족욕하는 옆에서 안식구까지 덤으로

그 의자에 앉아 족욕을 함께 했지요.

 

손가락 말초 세포까지 혈액 순환을 촉진시킨다는 몰통에

손을 담갔다 빼기를 반복하면 촛물이 손을 덮는 것도 해보았습니다.

 

정말 소문대로 노인들이 줄줄이 치료를 받고 있더군요.

무슨 경노당 놀이터에 놀러 온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드나드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서로 얼굴도 익어

치료받는 동안 심심치 않게 대화도 합니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기분이 좋아 점심은 뼈해장국으로 결정했습니다.

뼈다귀를 꼬맹이들한테 주려는 것이지요.

사료만 먹다가 별식을 주면 녀석들도 기분이 니나노입니다.

건너 마을 백구 형제가 나타나자 득달같이 짖어 댑니다.

원기가 넘치는 모양입니다.

그래 봤자 꼬맹이들이지만....

 

어쩌면 시골이 도시보다 행복지수가 더 높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불쌍한 사람들은 농촌 사람들이 아니라

도시의 서민들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최소한 병원 진료를 받는 서어비스를 기준한다면

그렇다고 여겨집니다.

 

시골에 살기를 꺼리는 요인 중의 하나가 병원 문제였습니다.

물론 중병에 걸리면 큰 병원을 찾게 되지요.

그러나 서울에서도 처음부터 대형 병원을 찾게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골 병원 서어비스는 전원생활의 장애가 아니라

큰 위로가 되고 안심이 된다면 너무 과장일까요?

 

최소한 이번에 내가 직접 겪은 병원 치료 서어비스는

아주 만족스러웠답니다.

병원 가기를 매우 싫어하는 내가

내일도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고 싶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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