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전원 일기

꼬맹이 재우기

예농 2006. 11. 4. 23:32

 

꼬맹이들은 눈만 뜨면 서로 겨루기와 장난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데크 위는 이 녀석들의 운동장이고 안방입니다.

 

 

장난하다 지치면 현관 앞에서 졸기를 좋아합니다.

문 여는 소리가 나면 어디서라도 쏜살같이 달려 오는데

아예 문 앞에서 우리가 나오기를 지키기로 한 모양입니다. 

 

<또원>이는 항상 옆으로 누워 네 발을 내밀고 잡니다.

<또두>는 예민해서 그런지 자는 모습도 쪼그린 자세지요.

 

 

낮에 햋볕이 따가우면 자리를 옮겨

데크 난간 그늘을 찾아 오수를 즐깁니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항상 붙어 잡니다.

추우면 서로 부둥켜 안고 더우면 등을 대더군요.

 

 

자다가도 내가 밭에 가 있는 기척이 나면 어느 틈에 나타나 쫓아 옵니다.

하우스 앞에서 또 한바탕 장난을 치고 있네요.

 

 

지난 주일에는 모래 주머니로 벙커를 만든 위에

스레트 지붕을 얹고 볏짚을 조금 얻어 꼬맹이 집 안팎에 깔아 주었습니다.

녀석들이 볏집 위에서 뒹굴기를 좋아하고 자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파라솔을 새로 하나 더 샀습니다.

지난 번 것은 강풍에 살이 부러져

수선을 하려 했더니 재생이 어렵다는군요.

주말에 비가 온다기에 다시 준비를 했습니다.

지붕을 스레트로 얹었지만

주변에 있는 밥 그릇이나 볏짚을 보호하기 위해서지요.

  

 

 

마침 기상 예보가 맞아 지난 밤에 비가 왔습니다.

덕분에 볏짚이 축축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두>녀석이 물을 마시려 잠시 들렸기에 사진 한장 찍어 주었습니다.

울타리를 해주었지만 가두었다가는 야단 법석을 해서

드나들 수 있게 아예 문을 열어 두었습니다.

 

이제 녀석들은 변을 가려서 우리 안이 깨끗합니다. 

저희들이 무슨 대단한 맹수나 된다고

우리 집 주변 꼭 사방 세곳 부근에 변을 싸 놓는데

아주 비슷한 곳에 실례를 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저희 집에 들어가 자지를 않고 볏집 위에나

집 옆 벙커 안에서 잠을 자는 것같았습니다.

일부러 짚을 엮어 집 안에 깔아 주었는데 이 녀석들이 집을 기피하니

그렇다고 추운 날씨에 한데서 자게 할 수도 없고.....!

 

생각다 못해 내가 직접 이 녀석들을 집 안에 넣고 재워 보기로 했습니다.

저녁 때쯤 어둑해지자 먼저 <또두>를 넣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안에 들어가자 마자

입으로 지푸라기 엮은 매듭을 물어뜯는 것입니다.  

아마 매듭이 몸에 괴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부직포를 잘라 지푸라기 위에 덮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또원>이를 넣었더니

이 녀석은 아예 부직포를 발로 긁어 옆으로 치우려고 하더군요.

왜 이녀석들이 저희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는지 알 듯 싶었지요.

부드러운 볏짚으로 푹신하게 바닥을 깔아 주고야

이 녀석들을 저희 집 안으로 무사히 넣을 수가 있었답니다.

 

오늘 저녁도 이 녀석들을 무사히 재워야 하는데

마침 늦게 집에 들어와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걱정이 되었지만 캄캄한 밤에 설마 잠이 들었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우리 차가 들어 오자 마자 뛰어 나오는 것입니다.

반갑다고 길길이 뛰는데 나는 어젯 밤처럼

집 안으로 들어가라고 명령을 했지요.

그러자 차례차례 순종하는 듯하더군요.

그런데 내가 돌아가는 낌새만 보이면 톡 튀어 나오는 겁니다.

그때 다시 호통을 치면 쏙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서면 나오기를 세 차례나 했군요.

 

그런데 마침 이번에는 안식구가 궁굼한 나머지 등장하자

이 녀석들이 원군이나 만난 것처럼 안식구에게 달려가

아예 내 명령은 들은체도 안하는 겁니다.

하는 수 없이 안식구는 사료를 좀 더 주자고 합니다.

 

내가 무슨 강아지 조련사나 된 것처럼

제 집에 넣어 잠을 재우는데 성공했다고 우쭐했는데

오늘은 안식구 때문에 산통이 깨졌다고 투덜대고 철수했네요.

그래도 이 녀석들과 의사소통을 했다는 사실이 아주 신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