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날 온 비에 경사지 잔디밭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한꺼번에 빗물이 흘러 내리니 토사가 아래로 밀려 내려 온 것입니다.
아직 뿌리를 깊게 내리지 않은 상태라 빗물에 휩쓸려 벗겨졌더군요.
그런데 가상한 것은 아래 바닥에 촘촘히 잔디들이 살아 있었습니다.
불현듯 이 잔디를 이용하여
구멍난 잔디밭을 성형 보수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마침내 잔디밭 잡초도 뽑아주고 돌도 골라내어
잔디 뿌리가 보다 깊이 들어갈 수 있게 했습니다.
얼마나 잡초와 돌이 많은지 지난 며칠 간 틈만 나면 달라 붙었지요.
잡초를 뽑아 낸 곳은 방금 이발한 머리처럼 시원해 보입니다.
잡초와 돌을 뽑아내는 요령도 터득하게 되더군요.
우선 좁고 뾰족한 호미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야 잡초만 골라 파고들기가 좋습니다.
잡초를 뽑는 한편 잔디 색깔이 연한 곳은 호미로 톡톡 두드려
돌이 표면 가까이 박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잔디 뿌리에 장애가 되는 돌을 골라 내자면 꽤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다 보면 아주 큰 돌도 들어내야 하니
보기 흉한 흉터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 때 빗물에 씻겨 내려 온 잔디를 곱게 떠서
성형 수술을 해주었습니다.
위 경사지의 잔디밭인데 넓다 보니 며칠이 걸렸습니다.
아직도 군데 군데 잔디가 자라지 않아 보수를 해야 합니다.
아마 여러 차례 성형을 해야 자연스런 모습이 될 듯 합니다.
아래 수북히 쌓인 돌은 모아서 다른 통행로에 깔 작정입니다.
채종을 위해 이것 저것 심었던 곳에 가 보니
이곳에도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는 것들이 눈에 들어 옵니다.
박하와 어성초 사이에서 제대로 운신을 못하다가 휘어져
땅에 닿을 듯 기어서라도 마지막 꽃을 피우는 녀석도 있습니다.
이 녀석 이름표도 잃어서 무슨 꽃인지도 모릅니다.
키다리 백일홍 밑에서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다가
난장이로도 꽃을 피우려는 녀석이 너무 안쓰럽습니다.
다알리라도 마지막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이 녀석은 구근이 아닌 씨앗을 얻어 발아시켰기 때문에
꽃을 보는 것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녀석도 뒤늦게 나타나 열매를 맺었습니다.
화초 고추인데 삼각 파프리카 모양입니다.
단 하나만 열렸습니다.
덕분에 종자는 보존한 셈입니다.
잔디밭에도 빗물 따라 백일홍 싹이 올라왔습니다.
안식구가 채종하고 오가는 길에 흘렸던 씨앗이겠지요.
비가 오니 길에 있던 녀석들이 빗물을 타고
경사지 잔디밭으로 자리를 옮긴 것같습니다.
이곳에 자리잡은 백일홍 녀석은 또 한차례 꽃을 피울 태세군요.
상추도 텃밭 계단 밑에 한 녀석이 불그스레 자리를 잡았습니다.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 모르지만 참 질긴 생명력을 봅니다.
하루 종일 잔디밭에서 앉았다 일어나기를 수천번 했지 싶네요.
이 녀석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면서 나도 끈기를 배웠습니다.
덕분에 발가락들이 얼얼하게 저려 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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