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 부리나케 공사 현장에 간 목적은
연못에 물이 찼는지가 궁굼해서였습니다.
금년 장마기를 지나 보고나서
연못에 대한 방수 여부를 결정하려고 합니다.
욕심 같아서는 생태 연못처럼 만들고 싶은데
토질이 어떨런지 아직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아랫 논의 둠벙을 보면
수량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고
지금 연못을 판 곳도
예전에는 논이였다고 해서 기대해봅니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물이 찬 연못을
기념으로 한 컷 찍는데
좌측에 보이는 엉겅퀴들이 꽃을 피우고
제법 배경을 장식해주고 있네요.
반대쪽에서 연못을 찍는데
나무가 워낙 커서 꼭대기가 잘리는군요.
시공업체 사장님 말씀이
가평에서 맞춰 온 평상이 너무 무거워
내일 일하시는 분들이 현장에 오면
함께 들어 나무 밑에 두겠답니다.
그리 되면 공사기간 동안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평상에 앉아 식사도 하고
휴식도 편안하게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어수선하지만
카페 회원께서 분양해주신 온대 수련도
연못 한 모퉁이에 자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월동이 가능한 수련이라 많이 번식해서
나도 나누어 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직 연못 조경은 준비할 단계는 아닌데
수생 식물들을 하루빨리 심어보고 싶군요.
머리 속에서는 벌써
부들과, 어리 연, 부레옥잠, 창포 등의 수생 식물들이
연못 안과 주변에 꽉 들어 차 있습니다.
그 뒤로 이러저러한 꽃과 나무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환상에 젖은 거지요.
그러나 눈을 뜨면 아직은 황량한 땅만 눈에 들어 옵니다.
초라하기는 하지만 우리 내외가 최초로 심었던 감자 밭입니다.
이제 제법 꽃을 피우고 건강하게 커가고 있습니다.
특히 자주 감자는 줄기나 꽃도 자주색입니다.
딸기 모종도 제법 세력이 당당합니다.
요 녀석들을 조상으로
하우스에서 자손을 많이 증식시켜 보려는데
과연 잘 될런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특히 이 딸기모는 삼랑진에 갔을때
단골 댁에서 얻어 온 것이라 의미가 큽니다.
하필이면 그 댁 바깥주인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뒤에
찾아 갔던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딸기모입니다.
돌아가신 분의 정성이 깃든 모종이라
더욱 애착이 갑니다.
보리가 하늘을 향해 불끈 머리를 들고 있습니다.
그 옆에는 메밀 꽃입니다.
동천 님이 이것저것 종자를 많이 주셨는데
그 중에 보리까지 섞여 들어 온 모양입니다.
어쨋거나 금년에 심은 것들은
모두 내년을 위해 채종될 것입니다.
보리도 빼 놓지 않을 것입니다.
어성초도 하얗게 꽃을 피웠습니다.
무슨 비린내가 난다는데 아직 모르겠습니다.
호박도 꽃이 피었습니다.
그런데 이 호박들은 지주를 만들어 주어도
땅으로만 기어 다닙니다.
맷돌호박과 색동호박, 단호박이
구별하기도 어렵게 엉켜 있습니다.
서로 떼어 놓고 심을 것을 후회가 막급입니다.
과연 호박이 열리기나 할런지
무슨 이상한 돌연변이가 나올지 걱정입니다.
내년에 쓸 종자라도 건질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흰 나팔꽃이 피었습니다.
지주대가 가늘어서 그런지 위로 올라가 보지도 못하고
땅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나는 애지중지하며 종자를 얻어 파종한 것인데
농장 이곳저곳에 야생처럼 나팔 꽃이 이미 자리잡고 있더군요.
그래도 사진은 애정으로 키운 녀석을 찍어야지요.
가장 기대되는 옥수수입니다.
그 유명하다는 대학찰옥수수 종자를 공유받아
포트에서 종자를 틔우고
모종하면서 땀깨나 흘렸던 녀석들입니다.
치아에 끼지 않아 편리하고 맛이 탁월한 녀석들이라
제가 직접 키워 보고 싶었죠.
과연 우리 농장의 토양이나 기후에도 맞는지 궁굼합니다.
넝쿨콩이 빨간 꽃을 피웠습니다.
어설프게 만들어 준 지주목을 휘감고 망 위에까지 진출했습니다.
좌측의 왕넝쿨콩도 망위에 올라 갈 채비를 하고 있네요.
요녀석이 작두콩입니다.
세알만 싹을 내서 잘 자라고 있습니다.
과연 서리 오기 전까지 제 몫을 다할 수 있을런지....!
후손을 얻지 못하면 내년에 다시 도전해야 할까 봅니다.
그저 종자라도 남겨 주기를 학수고대합니다.
왼 쪽에 백다다기 오이를 정식하고
지주와 망을 만들어 준 풍신입니다.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녀석들을 여기저기 심어 놓고
정성을 쏟고 있습니다.
나는 잔대씨앗을 뿌려 놓은 곳에서
비슷한 녀석들이 여러개 올라왔기에
잔대인줄 알고 애지중지했는데
설계사 황사장이 보고는 돼지풀이라나 하면서
몽땅 뽑아 버렸습니다.
속으로는 애석한데 잡초를 잔대로 알고 키울 수는 없지요.
가운데 토란이 보입니다.
여섯 알 중에서 다섯 알을 건졌습니다.
그나마 두개는 엉뚱한 옥수수 밭에서 자라고 있더군요.
함께 이식하여 모아 놓았습니다.
농장에 가면 하는 일이 많아 좋습니다.
식물들이 비온 뒤에 훌쩍 자라는 것을 보면 아주 대견합니다.
어떤 분이 제 감자심기 첫 일기를 보시고 하신 말씀이
꽃이 피면 궁굼하여 감자밭 속을 뒤지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라고 하더군요.
정말 예언이 맞아 떨어졌습니다.
어찌나 궁굼한지 감자포기 밑을
살짝 파다가 참았답니다.
오늘도 몸은 고달픈데
전원일기를 쓰는 기분은 가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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