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노인들 중에는 허리가 굽은 분들을 종종 본다.
평생을 구부리고 농사를 지은 탓일 게다.
나도 처음 귀촌하여 농사라는 노동을 처음 했을 때는 정말 허리가 펴지지 않았다.
같은 작업을 오래 지속하기도 어려워 일하는 시간 보다 쉬는 시간이 더 길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일을 몰아서 하지 않으려고 소랑 다품종 작부체계를 선택했던 것이다.
노동력을 분산시키기는 했어도 역시 밭만들기는 노가다를 피할 길이 없었다.
처음에는 트랙터로 이랑을 만들었지만 기계로 작업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일손을 구해 비용을 감당하면서 농사를 지으려면 비용도 문제지만 과연 농군이라 할 수 있을까?
나는 우선 기계로 로타리를 치는 대신 쇠스랑과 레귀로 이랑을 만들만큼 흙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래도 노동은 힘에 부치게 마련이다.
어떻게 하면 노동이 아닌 운동으로 농사를 지을 수는 없을까?
노동은 짜증이 나지만 운동은 상쾌한 기분을 맛본다.
억지로 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농삿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4월 들어 밭만들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파종이나 정식 시기가 다른 작물을 순서대로 밭을 만들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기계로 로타리를 치고 고랑을 낸다 하더라도 마무리하고 부직포를 깔려면 역시 손이 가야 한다.
그런데 내 경우는 기계로 경운을 하지 않고 농기구로 약식 처리를 하고 있어 노동력이 더 필요하다.
즉 로타리를 치지 않고 작년에 수확한 두둑 위에 그대로 퇴비를 뿌리고 쇠스랑으로 흙과 섞기만 한다.
그 다음 레귀로 필요한 형태의 두둑을 고르면 흙 일은 끝난다.
이어서 비닐 피복과 고랑에 부직포를 까는 일로 밭만들기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작업 순서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고된 노동이 되기도 하고 운동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여러 두둑에 쇠스랑 작업을 하고 레귀로 두둑 형태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두둑별로 작업을 마치느냐에 달렸다.
쇠스랑 작업을 계속 오래하면 한 동작의 피로감으로 작업능율도 오르지 않고 지치기 쉽다.
그러나 고랑별로 짧게 한 동작을 마치면 특정 부위에 집중되는 피로감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쇠스랑 작업도 흙에서 나오는 돌들을 주워 가까운 경사지나 배수로에 투석하므로서
힘든 쇠스랑 작업을 하면서도 휴식을 취하는 효과가 있다.
비닐 멀칭은 허리를 구부리고 하게 되는데 오래 하면 허리가 아프지만 고랑 하나 씩 나눠 하면 견딜만 하다.
즉 같은 노동이라도 같은 작업을 오래하기 보다 서로 다른 행태의 변화를 자주 주므로서 전신 운동이 되게
만드는 것이다.
작업능율도 오르고 오랜 시간을 작업할 수 있는 콘디션을 유지하게 된다.
주위 사람들은 내가 마치 철인인 것처럼 보는데 사실 이런 요령으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오래 견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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