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전원 일기

김장 축제를 무사히 마치다.

예농 2012. 11. 18. 08:24

 

 

망사 터널 속에서 자라던 배추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올 때를 맞았다.

지난 주말에 우리집 김장 축제가 열렸기 때문이다.

 

비 소식에 놀라 수요일에 미리 뽑아 창고에 옮겼다가 금요일 오후부터 작업이 시작되었다.

금년에도 큰 사돈댁과 두 며느리, 그리고 처형이 도착해서 배추 절임에 나섰다.

다음날에야 두 아들과 손주들, 그리고 나머지 사돈댁 식구들이 들이닥쳤다.

금요일에는 가랑비가 내려 창고 안에서 작업을 했지만 토요일에는 일기도 쾌청했다.

 

작년과 다른 것은 배추 포기 숫자는 작년과 같아도 통이 작기 때문에

전체 김장량은 감소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안식구의 주문은 작년에는 배추 통이 너무 커서 작업상 애로가 많았고

그러다 보니 김장량도 넘쳤다고 했다.

 

배추 통이야 주간 식재간격을 좁히고 차제에 화학비료를 아예 주지 않기로 해서 해결되었다.

그러다 보니 배추 자체가 너무 연약해 보여 어쩌면 오히려 김장량이 모자랄까 염려가 되었다.

무는 어떤가?

작은 것이 돌덩이 처럼 딴딴하다.

잘못된 결과는 내 책임이 아니라 안식구 때문이라고 오금을 박고 나서 배추 절임작업을 지켜 보았다.

 

그런데 다음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소금으로 절여도 전혀 배추가 줄지를 않는 것이다.

빠져 나와야 할 수분의 량이 매우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김장량이 평소와 다름없이 충분했다.

 

금년에도 무 채치기와 배추 속 버물기 작업이 내 몫이었다.

김장량이 부족하지 않다니 더 신이났고 작년에 이어 요령을 알게 되니 양념도 고르게 버물렀다.

 

특히 금년에는 안식구의 실험 항목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생강 대신에 삼백초를 비롯한 효소액을 투입한 것이다.

생강은 우리밭에서 여러번 시도했다가 수확량이 신통치 않아 포기한 작물이다.

시장에서 사다 쓸 요량이었지만 자존심은 상한 상태였기에 굳이 사다 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생강이 왜 필요한가?

사실 생선 액젖에서 나는 비린내 등을 없애려고 넣는 것이 첫째 목적이다.

그렇다면 삼백초가 대용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다.

더구나 어성초나 수세미, 초석잠 같은 약초도 삼백초와 함께 효소를 담았으니 그 효소액을 생강 대신

사용하면 맛과 향기가 비린내를 덮고도 남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드디어 김장 김치와 수육으로 점심을 먹으며 시식 후평을 하는 자리에서

냄새에 대한 식구들의 의견이 양호하다는 것으로 판정 일치를 보았다.

특히 금년의 고춧가루는 매우 달고 맵다.

그러고 보니 우리밭에서 거둔 작물들의 품질이 매년 향상되고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그러나 금년의 무 배추 농사를 결산하면서 내린 결론은

화학비료를 초기에 조금은 투입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화학비료를 전혀 넣지 않았더니 첫째는 무 잎이 너무 부실해서 시래기 꺼리가 부족했다.

무는 단단하지만 적당히 성장해주지 않았다.

배추도 질기지 않게 키우려면 화학비료가 필요하다.

건강한 먹거리에는 틀림없지만 너무 극단적인 농사법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금년의 김장축제도 참가했던 식구들의 자동차 트렁크가 미어 터질 지경으로 가득차서야 끝이 났다.

나는 덤으로 내가 만든 수수 빗자루 하나씩을 선물했다.

아파트 현관이나 베란다 청소에는 안성마춤일 것이다.

손주들까지 가세해서 시끌벅적했던 김장 축제가 끝나고 떠난 뒤의 적막은

쓸쓸하기 보다 홀가분하다.

금년 한해의 농사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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