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걷이가 끝나면 비닐을 걷게 된다.
작년에는 윗밭의 비닐을 걷지 않고 들깨를 심었었다.
한번 멀칭을 하고 두 번 이용하는 셈이니 얼마나 경제적인가?
최소한 두번이나 멀칭하는 수고를 면하니 그럴 듯한 아이디어로 생각했다.
그런데 금년에 비닐을 걷으면서 호된 댓가를 치루고 있다.
비닐이 오래 되니 삮기 시작한데다 두 번 이용한 것이라 조각들이 마치 넝마처럼 너덜거렸다.
흙에서 떼어내려면 일일이 조각들을 주어 모아야 할 지경이다.
당년도에 멀칭한 비닐은 잡아 당겨도 힘이 있어 쉽게 말아진다.
귀찮아도 비닐을 두 해 사용할 일이 아니었다.
비닐을 걷으면서 또 하나 배운 것이 있다.
수수와 옥수수는 곁뿌리가 많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멀칭한 비닐을 움켜쥔 곁뿌리 때문에 비닐이 쉽게 벗겨지지 않는다.
결국 곁뿌리가 삭아질 내년 봄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작업이 수월할 모양이다.
그런데 아예 비닐 걷기를 포기하는 농가도 있다.
특히 남의 땅에 농사를 짓는 경우 비닐 뿐 아니라 여러 농자재 쓰레기를
제대로 수거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우리 이웃 밭에도 바람에 비닐이 날아다니는 것을 흔히 본다.
비닐을 거두었다가도 아무데다 팽개쳐 놓기 때문이다.
처음 귀촌했을 때 우리 밭에도 묻혀 있던 비닐 뭉치가 종종 드러났었다.
도무지 밭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이다.
농작물을 키워내는 밭에 대해 조그만 고마움도 없다.
오직 돈이 되는 작물을 얻는데 잠시 땅을 이용할 뿐이다.
이런 일을 반복하는 사람은 인성도 그렇게 변하게 마련이다.
남을 잠시 이용만 할 뿐 쓰면 뱉을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도 타인들로 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모른다.
흙을 사랑하지 않으면 흙도 깨끗하고 건강한 농작물을 주지 않을 것은 뻔한 이치다.
오염된 땅에서 얻은 농작물은 그저 시장에 나가 팔리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자기가 먹는 것들은 조심해서 키운다지만 내가 보기에는 오십보 백보였다.
결국 자기도 그 피해를 면치 못하는데도 전혀 개선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도대체 멀칭 비닐 하나 걷기가 그리 귀찮고 힘들까?
가을 걷이가 끝나면 별로 할 일도 없이 빈둥거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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