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거름 줄 때 주의사항
사진 가운데 쌓아 놓은 농협 퇴비는 대개 3월초순이면 농가 마다 배달된다.
농협퇴비는 축산 분뇨를 가공하여 만든 것이다.
축분에 톱밥을 섞어 숙성시켜 포장한다.
축산업자들이 분뇨처리 부담을 줄이면서 농민들에게 양질의 비료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비료 정책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매년 정부 지원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농가의 자가 부담이 결정된다.
수 년전 농가부담이 꽤 컸던 때에 동네에 싸게 퇴비를 공급한다는 업자가 등장했던 적이 있었다.
대단한 정보인양 소문을 내서 나도 귀가 솔깃했다.
동네 반장까지 앞 다투어 주문을 하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나도 수소문을 해서 주문을 하려는데 마침 농협퇴비 주문을 하라는 통보가 왔다.
그러나 고민 끝에 다소 비싸더라도 안심할 수 있는 농협퇴비를 신청하기로 했다.
그런데 먼저 싸게 공급한 퇴비를 사용했던 농가에 난리가 났다.
농작물이 장해를 받아 농사를 망친 것이다.
알고 보니 덜 부숙된 퇴비를 마구 공급한 때문이었다.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 해 농사는 결국 접고 만 것이다.
나도 자칫했으면 같은 처지가 되었을 것을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한 느낌이었다.
이 사건은 내게 부숙이 덜된 퇴비의 피해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아무리 부숙된 퇴비라 하더라도 축산 분뇨가 주 원료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 속에는 당연히 가축에게 먹인 항생제도 잔류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이면 당해 년도 분은 다음 해에 쓰고 지난 해 분을 여분으로 남겼다가 사용한다.
물론 퇴비 안에는 미생물을 투입하여 생산하므로 당해 년도에 사용해서 나쁠 것은 없다.
한 해라도 더 부숙을 시키면 잔류하는 화학물질이 사라질까 하는 기대를 해 본 것이다.
농사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시행착오는 그 뿐 아니다.
특히 거름을 잘못주는 경우는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기 쉽다.
나 역시 그렇게 어리석은 시행착오를 여러번 치뤘다.
거름은 절대 작물의 뿌리에 직접 주지 말라고 하지만 이를 잘 지키지 못했던 것이다.
배추에게 붕사를 주는 것을 잊은 적이 있었다.
뒤늦게 붕사를 뿌리자니 비닐을 다시 들추거나 비닐을 찢고 주기가 불편한 점이 문제였다.
아주 미량을 주는 것이니 어쩌랴 싶어 배추 모종 심은 틈으로 붕사를 조금씩 뿌려 주었다.
그런데 다음 날 보니 전멸하다시피 시들어 있었던 것이다.
부랴부랴 다시 모종을 새로 사서 다시 심고 말았다.
또 한번은 화학비료를 내내 쓰지 않다가 작물의 생육상태가 다소 부진한 느낌이 들어 변덕을 부렸던 것이
결국은 대형 참사를 일으키는 단초가 되었다.
동네 농부들의 권고에 귀가 솔깃하여 요소비료를 사서 시험해본 것이다.
작물 사이에 뿌려야 할 것을 아직 유묘기를 채 벗어나지 않았던 때라 급한 마음에 신속한 효과를
얻으려고 뿌리에 비료를 주고 말았다.
역시 며칠 동안 요소 비료를 준 고추 가지 참외 수박 등의 묘 절반 가까이가 말라 죽었다.
역삼투압 현상으로 농도 장해가 일으킨 참사였다.
초목회(재) 역시 오줌에 삭힌 것은 매우 독하다.
고추 모종 밑에 흙 대신 덮었다가 모종들이 시들어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단순히 물을 뿌린 재를 덮는 것은 괜찮았다.
잡초 억제도 되고 흙으로 부터 올라 오는 해충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
씨감자를 절단하고 절단면에 재를 묻히는 것도 부패와 해충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거름 효과로서도 재는 아주 좋은 자재이다.
농도 장해는 비단 뿌리에만 비료를 줘서 나타나는 사고가 아니다.
농업기술센타 교육을 받다보니 영양 덩어리로 알려진 한방약재를 밭에 넣을 때도
비슷한 현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농사에서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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