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해충을 부르는 식물과 쫓는 식물
서구 유기농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물이 바로 메리골드이다.
나는 고추밭 언저리에 메리골드를 심어 직접 실험을 했다.
해충의 피해를 얼마나 줄였는지는 아마추어 관찰자로서는 잘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다만 해충의 피해가 크지 않았던 것만은 틀림없었다.
문제는 메리골드를 심는 자체가 또 하나의 일거리였고 메리골드가 커가면서 통행을 방해하는
성가신 존재가 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 이듬해부터는 메리골드를 이웃밭과 마주하고 있는 외곽에 전진 배치를 했다.
해충의 길목을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특히 메리골드가 수명을 다하면 전초를 말려서 토마토나 오이밭에 넣는다.
겨울이 오기 전에 마른 메리골드를 넣으면 땅 속의 선충을 박멸할 수 있다고 한다.
선충 기피식물로는 또 하나 결명자를 꼽기도 한다.
결명자의 뿌리에서 나오는 물질이 선충을 방제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농장 곳곳에는 작물에 피해가 없는 한 결명자가 야생으로 자라게 둔다.
나중에 수확을 하여 차로 만들기 위해서다.
원래 한방에서는 청간 작용을 하여 눈이 밝아 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계속 마시면 오히려 역기능도 있어 가끔 중단했다가 마셔야 한다.
또한 결명자는 다른 콩과 식물과 함께 심으면 해를 끼칠 수가 있다.
결명자의 뿌리에서 나오는 물질이 뿌리혹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기 때문이란다.
무화과는 선충 피해가 큰 과수의 하나라고 한다.
어쩌면 메리골드 건초를 가루내어 땅 속에 넣거나 결명자를 혼작하면 좋을 둣 하다.
땅속의 선충은 우리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농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해충이다.
심지어 어떤 농업전문가는 농사는 땅속의 선충이 결정한다고 까지 강조한다.
메리골드 이외에도 해충을 쫓는 식물은 더 있다.
차조기나 봉선화 등도 해충 기피식물로 알려져 있다.
들깨 냄새를 해충이 싫어한다고 해서 고추밭 언저리에 들깨를 심기도 한다.
토마토와 대파를 혼작하는 의미도 대파에 꼬이는 해충을 토마토 향이 쫓는 역활을 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국화과 식물은 해충 기피식물이다.
예전에 시골에서 보면 코스모스도 국화과 식물이어서 농로 주변에 심었던 모양이다.
은행잎은 전형적인 해충기피제로 이용되고 있다.
책갈피에 은행잎을 넣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기농가에서는 은행잎을 갈아 살충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나는 마늘 밭의 겨울나기에 은행 낙엽을 모아 덮어 주었다.
그리고 그 위에 투명비닐로 멀칭을 해서 이듬해 봄에 잡초가 나는 것을 예방하였다.
땅속의 해충이 얼마나 많이 격퇴되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으나 마늘이 대체로 멀쩡한 것을 보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으리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야콘을 심어 보니 전혀 해충이 달라들지를 않았다.
야콘잎은 당뇨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맛이 쓰다.
어쩌면 쓴 맛 때문에 해충이 달라들거나 야생동물의 피해를 입지 않는지 모르겠다.
나는 차조기와 야콘 잎의 해충 기피 현상을 이용하여 영양 액비를 만들 때에도 칙과 뽕잎 뿐 아니라
차조기와 야콘잎도 함께 넣어 액비 효과와 더불어 해충이 달라들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
반대로 해충을 유인하는 식물도 있다.
뽕나무는 원래 곤충들이 모여드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영양이 높은 탓일 것이다.
유기농자재로 뽕나무잎을 사용하는 것도 영양이 높은 덕분이다.
녹두 역시 해충을 유인하는 식물이다.
콩밭 인근에 녹두를 심어 노린재를 녹두밭으로 유인하는 희생작물 역활을 한다.
해충 유인작물에 대한 검증은 쉽지 않았다.
뽕나무를 아무리 살펴 봐도 정말 해충이 많이 모였는지를 알길은 없었지만 녹두는 확실히
해충이 많이 꼬였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 농가라면 녹두에 모여든 해충을 집중적으로 방제하여 농약의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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