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좋은 흙을 만드는 고마운 땅콩
비료의 3대 요소는 질소, 인산, 카리이다.
그런데 비료가 매년 땅에 투입되다보니 잔류하는 비료 성분이 누적된다.
그 중에 인산은 철이나 칼슘과 결합하여 식물이 섭취할 수 없는 상태 곧 불용화되기 쉽다.
그러므로 땅에 인산이 많이 잔류하고 있어도 새로 인산 비료를 투입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참깨가 이런 굳은 인산을 분해하는 작물로 알려져 있지만 한계가 있다.
그래서 보다 강력한 분해 능력이 있는 작물을 찾는 노력이 농업기술 연구팀들에 의해 진행되어 왔다.
그 결과 땅콩이 매우 탁월한 분해 물질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별도의 인산 비료를 투입하지 않더라도 땅콩이 땅속의 굳은 인산을 분해하여
자체적으로 인산 성분을 조달해주는 것이다.
내가 땅콩을 처음부터 이런 목적으로 심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기술센타에서 종자를 얻은 김에 안식구가 좋아하는 견과류인지라 심어 보았다.
첫해는 도라지처럼 비닐 멀칭을 하지 않고 재배했다가 잡초 등쌀에 포기할 생각마져 했다.
다음해는 비닐 멀칭을 하고 꽃이 필 때쯤 땅콩 모종 주변을 찢어주었다.
자방이 내려와 땅에 박혀야 땅콩이 많이 달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이듬해 부터 고라니가 입질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먹을 것이 줄어들던 차에 한번 먹어 보니 먹을 만 한 모양이었다.
아예 자방이 내려올 틈도 없이 앙상하게 가지만 남았다.
그래도 땅속의 뿌리에서 땅콩은 끈질기게 종자 보존을 했다.
다음 해에는 땅콩 밭 주변을 망으로 울타리를 쳤더니 고라니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 땅콩이 달릴 쯤에는 꿩이나 비들기, 까치 등의 조류 피해는 여전했다.
이번에는 한냉사를 이랑에 덮어 고라니와 조류 피해를 동시에 막기로 했다.
이렇듯 어렵사리 농사를 지어야 하는 땅콩이지만 땅콩이 흙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포기할 수가 없다.
땅콩 껍질은 모아 채전의 고랑에 뿌렸다가 이듬해에는 두둑으로 퍼올려 흙속에 파묻는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땅콩은 흙을 좋게 만드는 공신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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