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농장의 조경
농장 주변을 꽃으로 장식하니 정원 기분이 난다.
기왕이면 조경과 농사가 어울리는 조합을 찾고 싶었다.
즉 농사에 도움이 되는 꽃을 심는 것이다.
농장 주위 둑의 경사지는 대개 잡초가 차지한다.
잡초를 이기려면 키도 적당히 크면서 꽃이 오래가야 좋을 듯싶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백일홍과 천인국이다.
백일홍만 있으면 꽃의 빛깔이 단조롭다.
천인국의 노란 빛깔이 한데 섞이니 다채롭고 화사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백일홍이나 천인국은 바람에 잘 넘어진다.
그래서 뒤를 받쳐줄 줄을 치거나 댑싸리를 심어 받쳐 주었다.
맨 앞의 돌화분과 농지 주변에는 봉선화나 메리골드를 둘러 주었다.
키 순위로 배열하면서 농작물에는 응달을 만들지 않게 하려는 속셈이다.
처음 3년 까지는 대문 입구 길 양쪽에 코스모스를 심고 그 뒤에는 앵두나무를 배열했다.
먼저 자리 잡은 키 큰 은행나무가 긴 길 주변의 공간을 공허하지 않게 채워 주었다.
최근에는 일년생 코스모스 대신 소나무 묘목과 밀원수 바이텍스를 앵두 나무와 엇갈리게 심었다.
농장 주위에는 뽕나무들이 귀퉁이 드문드문 심어져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유실수들도 나란히 줄을 서 있는 밑에는 어성초와 도라지 꽃도 한 몫을 한다.
또한 밭에는 습하고 햋볕이 약한 곳도 있게 마련이다.
이런 곳에는 토란을 심었다.
토란은 꽃보다 잎의 관상 가치가 높다.
복숭아나 매실과 같은 유실수를 심은 나무 밑에도 응달에 적합한 울릉도 산마늘을 심었다.
매년 재배 면적을 넓혀 가면 잡초 대신 명이나물이 군락으로 차지하여 제법 운치가 있을 것이다.
야산에 있는 밭은 오가피 나무로 생울타리를 했다.
오가피 열매도 얻고 야생동물이나 사람들의 출입도 막아 보려는 것이다.
즉, 각 종 유실수 뿐만 아니라 훗날 닭도 방사하기 위한 사전 장치이다.
비록 꽃은 아니지만 차조기도 드문드문 군락으로 자라게 한다.
해바라기는 이곳 저곳 옮겨가며 매년 위치를 바꾼다.
연못은 당초 생태 연못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산에서 내려오는 물 만으로는 방수 처리없이 연못을 채울 방법이 없었다.
아직 미완성인채 여러 가지 궁리만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물은 많이 없어도 배수로 주변에 돌미나리와 돗나물이 군락으로 자생하고 있었다.
어쩌면 자연스럽게 조경과 먹거리 식물의 궁합이 맞았는지 모른다.
연못 주변 조경석 사이에는 난장이 소나무로 조경을 하려고 소나무 묘목을 기르고 있다.
훗날 연못을 제대로 조성할 때를 대비한 것이다.
파고라에는 머루 네 그루를 심었었다.
그러나 제법 지붕을 덮었다 싶었는데 지난 태풍에 무너졌다.
역시 아마추어가 세운 티를 내는 모양이다.
하우스로 가는 길목에는 아취를 세웠다.
수세미, 여주, 조롱박 등을 위한 덩쿨 지지대이다.
연작 피해를 막기 위해 한 해는 강낭콩을 많이 심는다.
모두 농장의 조경을 위해 시도해본 것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조경 이상의 쓰임새가 있다.
아취 밑은 비를 맞거나 도난의 우려가 없는 농자재들을 야적하는 간이 창고 구실도 한다.
7,8월 한 여름에는 덩쿨식물의 잎들이 아취 위를 덮는다. 그러면 그 아래는 그들이 져서 시원하다.
수확한 옥수수의 껍질을 까는 작업도 아취 밑에서 하면 더운줄을 모른다.
여름에는 하우스 안이 찜통이다. 밭에서 수확한 것들을 잔손질할 곳이 없으면 불편하다.
이때 아취 밑을 작업장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한편 위에 열거한 꽃들은 무슨 의미가 있어 선택된 것인가?
모두 농사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꽃들은 벌과 나비를 부른다.
농작물의 수정을 돕게 하려는 것이다.
밀원수 바이텍스를 조경수로 심은 것도 그런 의도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메리골드와 국화과인 코스모스, 봉선화, 박하, 어성초, 삼백초 등은
해충 기피 식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뽕나무는 해충을 유인한다.
오디도 열리는 유실수이면서 농사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은행잎은 천연 살충제로 쓰인다.
매실도 효소를 만들어 천연농약으로 사용한다.
토란은 모기나 말벌같은 독충에 물렸을 때 즉시 잎을 따서 문지르면 곧바로 해독이 되는 담방약이다.
차조기는 천연 방부제이다. 이질 설사와 같은 세균성 배탈에 특효가 있다.
도라지는 식용으로나 약용으로도 인기 작물이다.
어성초, 삼백초 등은 다년생 약초로 이용하니 매년 밭갈이하는 수고를 덜 수도 있다.
해바라기는 땅속의 중금속을 빨아내는 토지 정화식물이다.
매년 돌려가며 심는 이유이기도 하다.
댑싸리로는 싸리 빗자루를 만든다.
경사지에 심은 머위나 취, 원추리 등은 경사지의 잡초를 이기도록 관리하면 좋은 먹거리를 선사한다.
특히 원추리는 노란 꽃이 조경 효과를 더해 준다.
약초 효능이 있어 버릴 것이 없는 머위는 응달진 경사지에서도 잘 자랐다.
차조기는 양지바른 곳의 경사지에 군락으로 심어야 빛깔이 짙은 자색으로 보기가 좋다.
농장의 조경은 보기 좋으라고만 하려는 것이 아니다.
농사에 도움이 되는 식물들을 심되 이를 조화롭게 배열하므로서 조경도 겸하려는 것이다.
특히 잡초가 점령하는 곳에 생산적인 작물로 대체하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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