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은퇴자/전원농가의 뱁새농법

25.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원리

예농 2012. 6. 11. 07:33

(9)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원리

 

어느 조직이든 인사관리는 중요한 경영의 한 축이다.

인사관리의 핵심은 물론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직무 성격에 대한 분석이 선행된다.

그 다음에 인재마다 어떤 특장이 있는지를 파악해서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할 수가 있다.

직무와 거리가 먼 직원을 배치하거나 아무 생각없이 인사관리를 하면서도 성공하는 기업은 없다.

전원 농가도 자신의 영역을 대상으로 인사관리를 한다는 생각을 가져 보자.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면 전혀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 것이다.

농작물을 키워내야 하는 밭에 돌이 많으면 농사에 지장이 많다.

그러나 돌이 어느 곳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나무나 작물도 마찬가지다.

서 있을 곳에 있어야 대접을 받는다.

따라서 전원 농장 전체를 하나의 경영체라고 본다면

돌이나 나무, 작물들이 배치 대상이고 인사관리와 다르지 않다.

 

 

위의 사진을 보면 왼쪽에 배수로가 잡초에 싸여 있다.

배수로 주변은 늘 잡초가 무성해서 인근의 밭을 침공하기 일쑤였다.

그렇다면 배수로를 어떻게 조성하고 관리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또한 배수로도 그 위치에 따라 용도가 다를 수가 있다.

위의 배수로는 이웃 논과 경계를 둔 주(主) 배수로이다.

주 배수로는 큰 물이 지나간다는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토사 유실이 심할 수가 있다.

그런 특성 때문에 잡초가 마냥 해로운 존재가 아니다.

문제는 배수로의 잡초가 경작지인 밭으로까지 세력을 넓히는 것이 성가시다.

그래서 배수로와 밭 사이를 차단하기로 했다.

잡초는 흙과 물, 빛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

배수로 옆의 둑 위에 두터운 퇴비 포장지를 깔고 돌로 피복을 했다.

밭에 있는 돌은 작물의 생장에 물리적 장애가 되지만 이 곳에서는 쓸모있는 포장재가 되는 셈이다.

그 다음은 밭 옆의 통행로가 잡초에 점령되면 밭두렁에 자주 들르기가 싫어진다.

이곳 역시 퇴비 푸대를 깔고 차광막으로 피복하면 말끔한 길이 된다.

인삼밭 근처에는 쓰다 버린 재활용 불가능 차광막이 천덕꾸러기처럼 뒹글어 다닌다.

이런 차광막을 주어다가 깔면 소위 버르대기가 효자 노릇하는 거와 같다.

또 하나 주 배수로의 잡초는 이웃 논이나 밭에서 뿌리는 제초제를 막아주는 방풍 기능도 있다.

그래서 생울타리로 심은 개나리가 아직 키가 크기 전까지는 키 큰 잡초를 뽑지 않았다.

그러나 배수로의 키큰 잡초는 역시 미관상 보기가 좋지 않다.

개나리를 심은 것도 바로 배수로 안으로 가지가 늘어져 그늘을 만들므로서

잡초의 세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였다.

이제 개나리가 제법 자라니 역시 배수로 안의 잡초가 확실히 한풀 꺾이는 모습이었다.

 

 

이 배수로는 주 배수로와는 달리 평소에 물이 많이 흐르지 않는다.

큰 비가 와도 위에서 내려오는 수량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배수로 안에 잡초를 키우지 않아도 무방하다.

그래서 배수로 안의 바닥도 비닐 위에 돌을 깔아 잡초없이 관리가 가능하다.

대신에 돗나물이 자라도록 했다.

같은 배수로라도 용도에 따라 배치하는 식물을 달리 한 것이다.

 

그리고 돌이나 나무 등의 자재를 가능하면 쓰임새있게 실용적인 기능을 부여했다.

사람이나 자재 모두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효능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주어진 여건이 열악하다고 체념하거나 불평만 할 일이 아니다.

주목해야 할 가치는 비록 쓸모없는 것들이라 하더라도 그것들을 모아 쓸모있게 하는 시도, 바로 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