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전원 일기

흙을 사랑하면 얻는 축복

예농 2012. 2. 6. 18:03

 

작년 늦가을에 볏짚을 쌓았던 모습이다.

이 볏단을 다시 하우스 안으로 옯겨 이엉을 엮었다.

어제까지 겨울 내내 작업을 하고서야 모든 볏단을 풀어 이엉을 마무리했다.

 

이엉을 엮다보면 검불이 나온다.

쥐가 쓸어 볏짚도 도막이 난다.

소위 짜투리 볏짚이다.

이 것들을 따로 모아 삼백초와 어성초 밭 이랑 위에 덮어 주었다.

족히 여섯 이랑을 덮을 만큼 많았다.

손수레가 또 수고를 했다.

 

정문 옆으로 뚝 길 경사지에는 지난 봄에 심은 바이텍스가 앙상하게 서 있다.

나무 주변에 나는 잡초를 억제하기 위해 이엉을 덮었다.

차제에 2단으로 이엉을 넓게 덮어 잡초 발생 지역을 최대한 막으려는 것이다.

봄에는 볏짚 사이로 메리골드를 옮겨 심으려고 한다.

제초제를 뿌리지 않고 꽃과 나무만 키우려면 볏짚이라도 덮지 않을 수 없다.

 

작년 초겨울 제일 먼저 볏짚을 덮어준 마늘 밭 이랑이다.

이엉 덕분에 볏짚들이 눈보라를 맞아도 끄떡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봄이되면 마늘밭의 이엉은 밭 주변 경사지로 이사를 간다.

겨울 동안은 보온 역활을 하지만 봄부터는 잡초 지킴이로 바뀐다.

 

내 농사법은 제초제나 농약, 화학비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땅 속의 미생물을 의지하여 농사를 짓는 것이다.

따라서 흙을 유기물로 덮어주는 작업이 많다.

볏짚으로 흙을 덮으면 미생물의 활동을 촉진한다.
보습이 되어 기온만 적당히 올라가면 볏짚 아래서 미생물은 기지개를 켤 것이다.

마치 볏짚 아래서 미생물들이

" 아니 춥다고 이불까지 덮어주는 거야?" 라고 말하는 듯 하다.

 

지난 주일 목사님의 설교 내용이 기억났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이미 축복을 주셨다는 말씀이었다.

미래 진행형이 아니라 과거 완료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복을 달라고 기도하면 미래에 축복하시는 것이 아니라

믿고 행하면 즉시 그 복을 받게 되어 있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축복도 없는 것이다.

 

작은 손수레로 볏짚을 나르는 수고는 땅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땅을 사랑했더니 건강의 축복을 주셨다.

볏짚을 나르는 동안 이마와 등에서 땀이 흘렀다.

추운 겨울에 일부러 유산소 운동을 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일을 마친 뒤의 성취감은 나의 정신건강을 지켜준다.

나의 수고로 신나게 일한 미생물들은 나에게 건강하고 균형된 먹거리를 선물한다.

자연의 섭리를 믿고 행하면 얻어지는 축복이 아니고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