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밭을 지나는 동넷분들이 이구동성으로 참깨농사가 잘 되었다고 칭찬이다.
잦은 비로 동네 참깨밭은 쑥대밭이 되었다.
고랑의 풀을 잡아야 하는데 제초제에 의존하다 보니 비 때문에 때를 놓쳤다.
또 참깨는 한 번 도복이 되면 여간해서 회복이 어렵다.
비 바람에 쓰러진 참깨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 밭은 고랑에 부직포를 깔기 때문에 제초제 부담이 없다.
그리고 비 바람에 쓰러질까봐 미리 밭 둘레에 줄을 쳐주었다.
욕심같아서는 추비라도 한 번 해주고 싶었지만
참깨 숲을 헤치고 추비하는 일도 번거로워 포기하고 말았다.
다만 순지르기하는 때를 놓쳐 참깨를 베기 닷새 전에야 부랴부랴 순지르기를 했다.
보통 씨방이 20개가 넘으면 순지르기를 하라고 한다.
그러나 씨방 세기가 헷갈린다.
모두가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참깨 베기 10일 전 쯤으로 계산하는 것이 편할 듯싶다.
금년에는 8월 30일을 참개 베는 날로 잡았다.
그날 지인 도우미들이 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8월 30일 당일날 도우미 일행이 도착하자 마자 낫으로 베기부터 시작했다.
다음은 참깻대에 붙은 잎들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보통은 잎을 따지 않고 묶어 세운다.
그런데 어느 노인양반이 하는 방법을 따라하니
나중에 참깨 선별할 때 검불로 인한 유실이 적고 작업도 간소해서 좋았다.
어차피 여러 손이 달라드니 잎을 미리 따기로 한 것이다.
이어서 끈으로 묶어 삼발이로 세우면 작업이 끝난다.
여섯명이 달라들었지만 역시 모두 초보들이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결국 마지막 공정은 다음 날 내 몫으로 남았다.
적시에 깨를 벤다고 별렀지만 올해도 조금 늦은 모양이다.
작업을 하다 보니 꽤 씨방이 열려있어 하얗게 깨가 쏟아졌다.
어쩌면 일주일 정도 앞당겼으면 하는 후회도 들었다.
그러나 어차피 이삭 떨어진 것들은 새들의 먹이다.
다음 날 깨밭에 가니
산비들기 떼가 우르르 몰려왔다가 나를 보고 도망을 간다.
마무리 작업을 하고 아까운 깨들을 보면 속상할까봐
녀석들이 부지런히 청소를 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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