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전원 일기

참깨 털다 배운 원 포인트 레슨

예농 2011. 9. 8. 21:17

 

 

어제는 그간 베어 말린 참깨를 1차로 털었다.

삼발이로 정성스레 세워 말린 깻단을 보고 동네 농삿꾼이 한 마디 거든다.

깻단 위에 비닐 보자기를 씌우고 줄로 묶어 놓았기 때문이다.

 

혹시 비가 오거나 비둘기떼들이 달라들 것에 대비한 것인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비닐을 씌우면 습기가 차서 깨가 검정색으로 변질된다고 한다.

사소한 것이지만 자칫 농사를 망칠 뻔했다.

 

다행히 요즘 날씨가 건조하여 습기가 차지는 않았지만

만약 비라도 온다면 영락없이 그런 꼴을 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듣고 보니 여간 고마운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허기야 이번 뿐이 아니다.

그간 농사를 배운다고 여기 저기 기웃거려 보았지만

아주 사소한 것이 노하우가 되는 것을 실감한 바 있다.

 

예를 들면 들깨는 정식할 때 머리 키를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지상부의 키를 일정하게 하고 땅 속에 수평으로 길게 심어도 된다.

그걸 모르면 뿌리 쪽에 키를 맞추고 고추 세워 심느라고 키가 모두 들쑥날쑥이다.

 

땅콩을 심을 때도 깍지를 까고 심어야 하는 줄만 알면 수고를 더 해야 한다.

깍지 그대로 심어도 시간이 다소 더 걸릴 뿐 싹이 잘 나온다.

 

고추를 딸 때도 꼭지까지 굳이 딸 필요가 없을 때가 있다.

자기 먹을 거나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줄 것이면 누드 고추가 편하다.

꼭지가 붙어 있는 상태에서 고추를 따면 잘 따지지도 않고 자칫 가지가 상한다.

그런데 꼭지를 아예 처음 부터 떼고 따면 쉽게 따지니 시간과 수고가 경감된다.

말리는 과정도 누드 고추가 빠를 것은 당연하다.

 

콩을 털 때와 참깨를 털 때 쓰는 막대기도 다르다.

참깨는 뭉둥이 모양의 작대기로 털지만 콩은 도리깨와 같은 유연한 회초리로 때려야 한다.

참깨는 씨방이 열린 상태에서 깨를 털어내지만 콩은 깍지가 터져야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지만 모르면 손해도 보고 고생을 한다.

원 포인트 레슨은 골프장에서나 있는 교육이 아니다.

농삿일에 원 포인트 레슨이 없으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해야 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