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전원 일기

마실꺼리로 즐기는 웰빙

예농 2010. 10. 15. 19:59

 

 

 나는 요즘 틈이 나면 초석잠 잎을 뜯는다.

잎을 말려 차를 만들었더니 은은한 색깔과 허브향이 아주 고급 차로 보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노인들에게는 치매를 예방하는 뇌세포 활성화 효능이 있고

지방간이나 간경화에도 개선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약차로 쓸 요량이다.

 

농촌 사람들은 커피를 즐긴다.

도시에서는 커피 대신 녹차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차에 대해서는 나름의 일가견이 있는 친구들이 있다.

다도를 논하지만 나는 그저 몸에 좋다면 마시는 수준이다.

그러니 여름에는 콜라나 사이다 같은 청량음료를 마시고

겨울에는 따뜻한 녹차를 마시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시골에 와서 살면서 변한 것이 바로 마실꺼리가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고상한 취미 탓이 아니라 어쩌다가 늘어 난 마실 꺼리가 많아진 때문이다.

일반 농작물만 키우느니 이런 저런 약초를 재배하게 되고 유실수도 늘어난 결과이다.

 

처음에는 유실수를 재료로 효소를 담그면서 여름철 마실꺼리가 하나 둘 늘어났다.

보리수는 천식에 좋고 오가피 열매는 관절염에 좋단다.

앵두나 수세미, 매실도 효소를 담게 되자 약초로 키운 삼백초나 어성초도 추가되었다.

 

결명자나 옥수수를 시작으로 차를 만들었는데 야콘이나 초석잠, 차조기 같은 약초를

오래 복용하자니 잎을 말려 차로 우려 마실 필요가 생겼다.

 

자연히 여름에는 시원한 효소 음료를 마시고

찬바람이 불면 따끈한 약차를 마시게 된 것이다.

 

모두 내 밭에서 자란 무공해 작물이다.

 

웰빙을 즐기려고 시골에 내려와도 음식이 따라주지 않으면 만족스럽지 못하다.

물론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그리고 무농약 농산물로 먹거리를 얻으면

도시에서 살던 때보다는 크게 다른 삶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농촌 사람들이 웰빙이라고 느끼며 살고 있을까?

전혀 농촌 사람들은 스스로 웰빙을 즐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같은 무공해 농산물을 먹고 사는데 생각은 전혀 다른 것이다.

나는 그것을 음식의 멋을 버린 탓이라고 본다.

우리 몸에 유익한 다양한 마실꺼리 만으로도 충분히 멋을 낼 수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 집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권하는 차 한잔이 이를 대변한다.

그들은 도시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차 한 잔에 매료된다.

함께 마시는 차 한 잔의 여유가 바로 웰빙인 것이다.

 

차조기나 야콘, 초석잠, 결명자, 옥수수, 어성초나 삼백초 모두 내가 재배한 것이다.

오갈피나 앵두, 매실, 보리수, 수세미 역시 마찬가지다.

누구나 농촌에서 키우거나 심을 수 있다.

 

그런데도 돈이 되지 않으면 관심 밖이기 때문에 외면 당한다.

돈이 되는 것 못지 않게 돈이 들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것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웰빙은 돈이 많다고 즐기는 사치품이 아니다.

주변에 눈을 돌리면 얼마든지 쉽게 얻을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웰빙을

사람들은 그냥 흘려 버리며 산다.

 

행복이 어디 멀리 있던가, 바로 우리 코 앞에 있지 않은가?

구슬이 세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지 않았던가?

이제 농촌도 조금만 여유를 갖고 멋을 부려 보면 참 멋진 웰빙 라이프가 될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