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집을 짓기 전 구옥이 있던 집터이다.
허름한 농가라 누구도 눈여겨 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이 농가를 상상 속에서 지우고 그림을 그려 보았다.
배산임수는 아니지만 뒤에 산이 있고 동향과 남향을 모두 바라볼 수 있다.
후에 나는 남향 집으로 방향을 틀어 지었다.
20여년 전 내가 이 땅을 사고 난 후 적지않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접근로가 포장되고 도로가 확장되었다.
서울에서 연천까지 시간이 단축된 것이다.
남북관계가 변화의 조짐이 보이면서 경기북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결국 파주가 기업도시로 바뀌자 연천까지 보상받은 사람들의 대토 바람이 불었다.
투자가치가 올라간 것이다.
나는 투기자가 아니다.
전원생활을 편하게 하고 싶은데 땅값이 상대적으로 싼 곳을 찾다 보니 경기 북부를 택했을 뿐이다.
전원생활은 자식들을 염두에 두고 정할 수 밖에 없다.
자식들이 찾아 오기 쉬운 곳이어야 편하기 때문이다.
물론 특별한 이유가 있어 심심 산골을 택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전원생활 자체를 즐기려면 전국 어디서나 그런 곳은 많다.
오히려 오지가 더 좋을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자식들과 자주 만나고 싶고 너무 외롭게 살고 싶지 않다면
결국 대도시 주변을 크게 벗어 나기 어렵다.
나는 자식들만 아니라면 살고 싶은 곳이 많았다.
특히 남해, 하동, 청도 등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그 곳의 풍광이나 특산물이 전원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큰 산과 강이 인접한 곳이 적지인 곳이 많다.
그러나 만약 장기적으로 투자가치까지 고려하려면
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이 오히려 선호 대상이다.
그러면 어디가 개발 가능성이 큰가?
큰 강과 국도의 대동맥이 만나는 곳이다.
수도권 이남은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다.
이미 개발이 성숙 단계이니 재론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아직 미개발 단계이며 대도시로의 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면
경기 북부의 파주 문산 축과 연천 축이 바로 이 조건을 갖추고 있다.
즉, 경의선과 임진강이 만난 곳이 파주 문산 축이고
경원선과 한탄강, 임진강이 만난 곳이 연천이기 때문이다.
아마 몇 년 안에 북한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그 때에는 경의선과 경원선도 엄청난 변화를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전원생활은 대도시의 아파트 처럼 쉽게 이사를 다니기 어렵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몇 십년을 살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자식들과의 관계, 투자가치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친구들이나 문화 생활, 의료 등은 그리 문제가 않된다.
이제는 과거의 시골도 아니고 문화나 의료의 질도 격차가 크게 줄었다.
나머지 자질구레한 장애는 어디서나 있는 문제다.
다만 땅을 구할 때 유의할 사항만 조심하면 된다.
예를 들면 막힌 북향이나 접근로가 없는 맹지, 저지대로 수해를 입을 가능성,
전혀 집을 지을 수 없는 규제 대상인지를 확인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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