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철을 맞아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꽃들이 생각났다.
언제 피었는지 이곳 저곳에서 꽃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아직 화려하게 피지는 못하지만 봄이 왔음을 알리는 소식을 전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래 더 늦기 전에 너희들 기념 사진을 찍어 주어야겠지?!
집 가까이 서있는 라일락이 먼저 눈에 띈다.
나무 밑둥에는 뿌리에서 번진 실생 어린 나무에서까지 꽃이 피었다.
한가지 신기한 것은 다른 양지 바른 곳에 심은 어린 라일락에는 아직 꽃이 없는데
모주에서 나온 녀석들이 에미와 함께 먼저 꽃이 피었다.
앵두나무에도 꽃이 활짝 피었다.
우리 뜰에서 히어리 다음으로 꽃망울을 터뜨린 산수유다.
아직도 지지않고 꽃을 달고 있다.
명자나무가 제법 꽃을 많이 달았다.
조팝나무들도 이제 막 꽃들이 피기 시작했다.
박태기 꽃이다.
멀리 산에는 산벚이 배경으로 보인다.
금년에는 그리 화려한 빛을 내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봄 가뭄 탓이 아닐까?
우리 뜰에서 가장 먼저 노란 꽃을 선보인 히어리다.
아주 노란 빛이 고왔는데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더니 빛을 잃었다.
꽃도 왕성하게 피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게 핀 상태다.
작년에 사다 심은 개나리들이 제법 꽃을 달고 서있다.
언제 무성하게 번질런지 학수고대하고 있다.
꽃이 지고 나면 빈자리에 삽목을 해주려고 한다.
이제야 벚꽃이 피기 시작한다.
그런데 꽃들이 영 신통치가 않다.
어떤 나무는 꽃눈이 채 열리기도 전에 잎눈으로 변하고 있다.
역시 기온 탓인가 보다.
홍매꽃은 이제 지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보이던 꽃들도 그나마 지고 있다.
그런데 청매가 이제 꽃이 핀다.
추운 지방에서는 청매가 역시 생장이 늦는가 보다.
꽃도 홍매보다 늦게 피는 것을 보니...
그러나 오히려 잘된 것인지도 모른다.
홍매와 청매가 순차적으로 꽃을 피운다면 꽃보는 시간도 길어지지 않는가?
꽃잔듸도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파쇄석을 깔아놓은 주차장에도 노오란 민들레가 지천으로 꽃을 피운다.
키우지는 않지만 굳이 뽑지를 않기 때문이다.
덕분에 곳곳에 민들레와 냉이꽃, 제비꽃과 같은 야생화가 피기 시작한다.
자두꽃은 색깔이 아주 고상하다.
연푸른 흰색의 꽃이 피는 것을 보며 혹시 금년에는 자두를 얻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길 가장자리에 줄지어 심은 앵두꽃은 홀로 서 있는 것보다 또 다른 정취를 풍긴다.
앵두꽃이 지면 빨간 앵두 열매가 장관이다.
늦봄에서 가을까지는 코스모스가 줄지어 꽃을 보일 것이고
가을에는 은행나무가 노란색으로 길가를 채색할 것이다.
눈 오는 겨울에는 나무들이 눈꽃을 뭉실뭉실 매달고 서있겠지!
황량했던 계절을 보냈으니 이제는 우리 뜰에 생기가 충만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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