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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꽃 창포 / 초록 카펫에 노란 물감 풀다
** 누구나가 말 하듯 눈 깜짝할 새에 후딱 지나가 버리는 시간들이다. 엊그제 봄이 온다고 호들갑을 떨며 봄 마중을 나갔는가 싶은데 푸릇푸릇 연둣빛으로 산과 들이 채색되더니 이젠 완연한 초록색으로 휘휘 온 몸을 휘감았다.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어 봐도 초록 물감이 뚝뚝 떨어지는 초여름이다. ![]() 잔잔한 물결이 살랑대는 자그마한 저수지를 거닐었다. 오후였고, 이따금씩 산책 나온 이들이 발소리 낮춰 지나갈 뿐 흔들거리는 수양버들도, 노란 모가지 까딱대는 애기똥풀도 귓속말로 저들끼리 속닥거릴 뿐 고요로움 그 자체로 멈춰버린 저수지를 돌면서 노랗게 활짝 웃어주는 아이들과 일 년 만의 조우를 만끽했다. ![]() 작년 이맘 때 들렸다가 환하게 웃어주는 노랑꽃창포를 보고 함성을 질러 저수지에서 한가롭게 노닐던 두루미 일행들이 화들짝 놀라 하늘로 날아오르게 했던 민망함이 떠올랐다. 수양버들을 붙잡고 거품을 뽀글뽀글하게 피워내는 거품벌레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조금 멀리서 그들만의 세계를 누리고 있는 두루미와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이 한가롭게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 또르르 말린 꽃봉오리는 선비들이 사용했던 붓 같기도 하고, 화가를 꿈꾸는 까까머리 학생들의 수채화 도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노랗고 화사하게 꽃잎을 활짝 벌려서는 나비도 벌도 불러들이고, 지나가는 나에게도 발목을 잡고 노란 실크자락 간들거리며 좀 더 머물다 가길 원했다. 노란 웃음이 깔끔하고 시원스러워 마냥 그 곁을 서성이며 슬금슬금 내 몸에 진초록 물감을 덧칠했다. ![]() 예로부터 창포는 여인들이 머리감기에 애용했었는데 창포와 잎의 생태는 같지만, 녹색의 부들 같은 형태의 꽃이 아닌, 붓꽃 모양의 화려한 꽃을 피우는 데서 '꽃창포'라는 이름이 붙었고 노랑꽃이 피어서 '노랑꽃창포'라고 불려 진단다. 5월 단옷날에 창포 삶은 물에 머리를 감는다는 그 창포는 천남성과 식물이고 꽃창포는 붓꽃과 식물이다. ![]() 고대 이집트에서는 밑으로 늘어진 3장의 꽃잎을 믿음, 지혜, 용기로 보았고. 그 때문에 꽃창포를 통치자의 절대적인 권력의 상징으로 보았다고 하는데 딱히 그 이유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커다랗고 시원하고 초록과 노랑의 매치 또한 기가 막히니 초여름 꽃의 대명사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다. 꽃잎에 새겨진 골골의 섬세함도 내 시선을 끌었고, 역삼각형 모양의 무늬도 맘에 든다. 꽃창포가 보랏빛으로 시원한 여름을 선사해 준다면, 노랑꽃창포는 봄과 여름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아주 훌륭히 잘 해내고 있었다. ![]() 호젓한 저수지를 돌아 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노래들. 여고시절에 불렀을 옛 추억의 노랫가락들이 어색하지도 않게 줄줄 엮여져 나왔다. 노랑꽃창포 서 있는 저수지에는 어른어른 거리는 늘씬한 수양버들이 친구하자며 배시시 허리를 꼬며 히죽거리고, 먼 산도 물빛에 제 얼굴 비춰보며 흩어 진 머리카락 매 만지며 잇새에 낀 고춧가루 슬쩍 빼내고서는 노랗고 화사한 예쁜이에게 잘 보이려고 푸른 긴장을 멈추지 않는다. ![]() 오늘 아침 짙은 안개는 초여름 마중을 나왔고, 노랑꽃창포 활짝 핀 저수지를 돌아 나가면서 짧은 소매의 남방으로 갈아입고 반바지 차림으로 차들 휙휙 달리는 도로를 질주 하고 있었다. [ 출처 : 오마이뉴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