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전원 일기

반성문을 쓰네요.

예농 2006. 4. 6. 18:34

11시에 설계사 사무실에서 관정 업자를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농장에 조선 파를 심어 보겠다고

안식구와 함께 하이킹하는 기분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관정 업자는 관내에서 26년간이나 우물을 파 오신 분이었습니다.

차제에 집이 들어 앉을 곳에 수맥이 흐르는지도 알아 보고

암반수가 있는지도 찾아 보았습니다.

 

다행히 집 지을 곳에는 수맥이 없고

조금 떨어진 곳에 60미터 깊이로 암반수가 흐른 답니다.  

그래서 대공으로 100미터까지 파기로 하였습니다.

 

시추전에 신고를 하고 관정을 한 후에는 수질 검사와

펌푸 동파를 막는 마무리 작업까지 일괄해서 맡겼습니다.

 

아마 다음 주중에는 시추를 할 모양입니다.

 

다시 설계사 사무실에 돌아가서 주택 설계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고 농장으로 갔지요.

늦기전에 조선파를 심으려는 심산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차 안을 뒤져도 심으려는 조선파가 안보입니다.

어디에 놔두었는지를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겁니다.

 

아침에 분명히 안식구가 건네 준 것을 들고 나왔을텐데

그 다음은 까마득 합니다.

 

아니 내가 이렇게 건망증이 심한가 생각하니

겁도 나고 화가 무척 납니다.

 

자유로를 따라 일산 집으로 돌아 오는 내내

나의 머리 속은 하얗게 탈색이 되었습니다.

 

나의 잃어버린 기억에 대한 무참함이

참으로 나를 우울하게 하더군요.

 

그런데 업친데 덥친격인지

내 뒤에 쏜살같이 따라오는 트럭 한대가 헤드 라이트를 켜면서

내 차 바로 뒤에서 덮칠듯이 위협을 하는 겁니다.  

 

나는 순간 화가 복바쳐 오르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갓길을 가리키며 정지하라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물론 큰소리를 지르면서 화를 냈지요.

 

그랬더니 안식구가 놀래서 말립니다.

그리고 다시는 나를 따라다니지 않겠답니다.

 

내가 하도 화를 내니 그 트럭 기사도 당황한 모양입니다.

오히려 피하려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나는 순간 절제하지 못한 나를 돌아보며 아차 싶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사고도 나고 자신을 망치기도 하는 것같습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조선파 보따리가 거실 소파 옆에 자빠져 있더군요.

안식구한테 받아서 왜 그것을 놓고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전원일기는 결국 

건망증이 낳은 쓰디쓴 반성문이 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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