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전원 일기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보답

예농 2011. 9. 19. 18:34

 

고라니가 몽당 연필을 만들어 놓았던 서리태 밭이다.

뒤늦게 잎이 한 두장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무성하게 잎이 자랐다.

잎의 빛깔도 진 녹색으로 변하면서 꼬투리가 제법 매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머지 않아 고난의 시절을 잊고 숙성한 모습으로 수확을 기다리겠지!

 

하도 여러 번 고라니가 순을 따 먹기 때문에

잎이 나올 틈이 없었던 때를 생각하면

기적같은 생환이 아닐 수 없다.

 

안식구는 화가 나서 모두 뽑아 버리고 무 밭을 만들자고 했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고라니 방어 줄을 더 높게 매고 정성스레 추비를 주었다.

다행히 녀석들이 주인의 기대에 부응해준 셈이다.

 

한냉사 안에서 자라고 있는 배추는 키가 제 각각이다.

세 차례나 결주를 보충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이유로 처음에는 70%가 시들어 죽었다.

그 다음 보충한 것들도 또 절반이 고사하고 말았다.

 

보험용으로 하우스에 가식했던 녀석들을 마지막으로 보충했다.

그래도 역시 온전히 자라지 못하고 빈 구멍이 난 것들이 적지 않다.

 

자칫 남은 녀석들이 또 변고가 생길까 걱정이라

액비를 주기 시작하면서 자주 들여다 본다.

다행히 더 이상의 희생은 없다.

잘 키워야 여러 집 김장에 차질이 없겠다.

 

 

 

제철에는 계속되는 비로 열매가 상하거나 아예 줄기가 녹아버린 참외다.

뒤늦게 날씨가 풀리면서 열리기 시작하더니 아직도 여러 개를 매달고 있다.

 

늦 참외가 맛이 있을리 없는데 그런대로 당도도 좋은 편이다.

참외밭도 때가 지났으니 정리를 하고 갓을 심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열려있는 참외가 아까워 맛을 보니 기다릴만 했던 것이다.

 

***

 

금년에는 오랜 동안 비가 내리면서 농작물의 일조량이 부족한 해였다.

때로는 고라니 피해로 콩을 포기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억울한 생각에 끝까지 버텨본 결과

녀석들이 주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나름의 결실을 보이고 있다.

 

농심을 이제야 실감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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