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전원 일기

비 오는 날의 수채화

예농 2011. 7. 12. 16:02

 

 

하루 종일 비가 오고 있다.

하우스 밖의 모습이 한 폭의 수채화로 보인다.

 

가운데 뽕나무를 주인공으로 한 컷을 찍었다.

 

아직 아취에는 수세미가 힘겨운 등반을 하고 있는 중이다.

머지 않아 지붕을 점령하고 늠름하게 수세미를 대롱대롱 매달게 되겠지!

 

오른 쪽 채전에는 옥수수가 주머니를 차고 훌쩍 큰 키에 꽃술을 달고 서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애호박 넝쿨이 오이망을 오르지 못하고 땅을 긴다.

 

오늘의 주인공 뽕나무를 밭 주변에 심은 뜻은 나름의 역활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심었다기 보다 녀석들이 자생한 것을 뽑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물론 원치 않은 곳에 자리를 잡은 녀석들은 가차없이 뽑혔지만

그래도 도움이 될 만한 곳에는 수형도 잡아주고 전지도 했다.

 

뽕나무는 모든 곤충의 보고이다.

누에를 치던 옛사람들의 보물 덩이가 아니었던가?

그래서 농사용으로도 이용한다.

 

무농약 농사는 해충을 관리하는 일이 중심이다.

농작물에 해충 기피제를 뿌리거나 천적으로 관리한다.

그러나 쫓아도 갈 곳이 없으면 또 찾아 오게 마련이다.

피할 구멍을 만들어 주고 쫓으라는 옛말처럼

해충이 좋아할 곳을 가까이 마련한 곳이 바로 뽕나무이다.

 

심지어 낮은 가지에 붙은 잎은 고라니 녀석도 먹는다.

산에 약초와 나물을

인간들이 아예 바닥을 내니 고라니는 농장을 찾아 내려 오는 것이다.

도시인들이 배낭을 메고 보따리 가득 산야초를 캐오는 것을

농가가 고라니에게 보상하는 셈이다.

 

뽕잎은 다양한 영양소를 품고 있다.

자연농법에서는 칙넝쿨과 함께 뽕나무 잎을 물에 우려내어 액비로 쓰기도 한다.

 

밭 일을 하며 무더운 6월의 목마름을 오디 한 주먹으로 해갈하는 묘미는

농부에게 준 신의 축복이다.

오디로 술을 담거나 효소를 담아 음용하면

고혈압이나 노화방지 등 여러 성인병에 효능이 있다.

 

농가 주변에서 무심코 봤던 뽕나무가 알고 보니

아주 고마운 일을 맡고 있었던 것이다.

비에 흠뻑 젖은 뽕나무가 오늘 따라 유난히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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